(에세이) 당신은 어떤 색을 좋아하나요? Essay

당신은 어떤 색을 좋아하나요?

난처한 질문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친구탐색 또는 연애초기의 단골 질문중 하나인 이 질문은, 상당히 낯 간지러운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을 처음 접했을때가 아마도 초등학교 때였던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안할런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때는 친구를 처음 사귀게 되거나 이성 친구와 말문을 트기 시작할때 하는 몇가지 질문중 하나였다.

이 질문에 답변할 기회는 없었지만, 어린 시절에는 어린 마음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한적이 있다.
굳이 어떤 색을 좋아한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놀기에 바쁘다가 불현듯 이런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 머리를 쥐어짜내며, 어떤 색이 좋다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베고 자던 연노랑색의 넙적한 벼게가 있었는데, 그 벼게를 유독 좋아했고, 그래서 좋아하는 색을 노랑색으로 칭하기로(!) 했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색을 노랑색이야' 라며, 그때부터 최면을 걸기 시작했던것 같다.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좋아하는 색에 대한 선택을 강요당한 이후, 나는 정말 노란색을 좋아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곤 한다.
정확히 말해서는 연노랑색이나 파스텔톤을 좋아한다고 디테일하게 답변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막상 그런 질문을 받은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전망이다.

연애에 대해 사람들은 많은 방법론과 규칙을 이야기한다.
'이렇게이렇게 행동해서는 안되고, 이렇게이렇게 행동을 해야하며...'
취미가 무엇이고,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것을 좋아하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면 의례 상대에 대한 기초적인 탐색을 위해 행해지는 질문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상대의 성격이나 성향, 심지어 궁합까지 맞춰보는 다양한 흥미거리들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게,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무슨 영화를 콕 집어 좋아하는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정리를 해놓고 다니지는 않는다.
파랗고 청명한 하늘이 좋아 파란색이 좋을때도 있고, 뻥 뚫린 바다가 좋아 바다색이 좋을때도 있다.
한 여름의 푸르른 녹음이 좋을때도 있고, 가을 들녁의 갈색이 좋을때도, 단풍잎의 붉은색이 좋을때도 있다.
로맨스 영화가 좋을때도 있고, 액션 영화가 좋을때도 있다.
락음악이 좋다가도, 잔잔한 재즈선율이 가슴을 뭉클하게 할때도 있다.
그런데, 콕 집어 하나를 대라고 한다면 난감할 뿐이다.

다른 사람이 물어오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하나를 정해야 하고, 그것에 대한 부수적인 지식까지 알아두어야 한다는 강박감.
'나' 에 대해서 상징적인 의미가 되기도 하는 그 질문과 답변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 라는 존재를 스스로 정의 내리고, 남에게 정의되기 위해 취해지는 강박스런 행동이 아닐까 싶다.
분명하지 않고 모호해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로 인정받을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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