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층 배관 및 화장실 변기 불량으로 누수 통지 받았던걸 기록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옥상 보일러 수조가 새는 것 같다고 해서 이참에 교체를 했다.
보일러 수조에서 물이 새어 나오는 문제는 벌써 몇 년부터 생긴 일인데, 이번에 작정하고 뜯어보니 기름통 모양의(군고구마 통) 쇠로 된 드럼통이라 완전 삭았다.
애초에 왜 이런 방식으로 공사를 해놨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아무튼 몇 십 년 묵은 골칫거리를 이번에 해결했다.
웬만한 수리는 되도록 직접 하지만, 이런 건 아무래도 기술자가 해야 할 것 같아서 동네에 이런 일 하시는 아저씨를 불러 작업을 했다.
플라스틱 수조를 구입하는데 8만원, 이런저런 부품 사는데 1~2만 원 정도 소요되고, 아저씨 수고비 8만원.
대략 18~19만 원 정도 들인 것 같다.
아저씨가 돈을 10만 원 이상 달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8만원만 달라고 해서 예상보다는 지출이 적었다.
아저씨가 말하길, 자기가 직접 물건 사러 다니고 했으면 20만원은 받는데, 우리가 물건 사러 직접 다녔고 일손도 거들었으니 그만큼만 받겠다는 얘기인 것 같다.

계량기 꼭지가 불량인 것 같아서 상수도공사 직원을 불러 교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꽉 잠가도 눈금이 돌아가는 것 같아 답답하다.
이제 수리해야 할 것은 다 한 것 같은데도, 여전히 계량기 꼭지를 꽉 잠가도 돌아가는데, 분명 꼭지가 문제가 있거나 어디 다른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다음에 상수도공사 직원을 다시 불러 보기로 했다.

지은 지가 오래된 집이라 집 구조가 어떻게 되고 어떤 식으로 공사를 했는지 알 방법이 없는데, 보일러 수조를 쇠로 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해가 안 간다.
옛날에 지은 집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생각하다가도 참 이해가 안가서 한 편으로는 화가 난다.
쇠로 만든 통을 쓰면 시간이 지나 녹이 슬면 구멍이 생긴다는 것을 설마 예상 못하고 그렇게 공사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도대체 당시에 공사를 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쇠 드럼통을 물탱크로 쓸 생각을 했을까 싶다.

일단 안에 조절 밸브부터 바꿨는데, 밸브 가격이 아마 8,000~10,000원 정도.


수돗물을 공급하는 연결 관도 완전히 삭아서 물이 질질 샌다.
임시방편으로 검정 테이프로 막아놓고.

플라스틱 수조를 8만원에 구입.

아저씨가 일이 있다고 해서 임시작업만 해놓았는데, 오늘 갑자기 예고도 없이 와서 다시 작업 시작.
기존의 철제 수조를 떼어내는데, 연결 관이 삭아서 어차피 쓸모가 없으니 그냥 그라인더로 갈아서 중간을 잘라냈다.
관련 지식도 있어야 하고 작업 도구도 있어야 하고, 부품이 필요하면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전문적인 작업 때문에 나 같은 일반인이 직접 하기는 힘들다.

수조에 적절한 구멍을 뚫을 공구가 없기 때문에, 수조(물탱크)를 구입할 때 판매하는 곳에 부탁을 해서 구멍을 뚫고 너트를 박아서 가지고 와야 한다.

밑에 있는 구멍은 데운(?) 온수를 다시 밑으로 내려 보내는 구멍이고, 위에 있는 두 개의 구멍 중 아래쪽 구멍은 수돗물이 들어가는 구멍이다. 그리고 가장 위에 있는 구멍은 수조가 일정수위를 넘어서면 물을 밖으로 빼내는 구멍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수조에 물이 넘칠 때 물을 빼내기 위해 뚫은 구멍이 너무 높아서 물탱크의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고 자꾸 위쪽으로 넘치는 문제가 있다.
아니, 물탱크 위에 있는 돌려서 여는 뚜껑이 물이 새지 않게 완전히 꽉 닫히면 상관없는데, 그렇지 않아서 뚜껑 틈새로 흘러 넘쳐 물탱크에 자꾸 물이 샌다.
아저씨가 물통을 구입할 때 함께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은데, 판매점에서 결정을 했든 아저씨가 위치를 지정했든 구멍 위치를 너무 높게 잡은 것이 치명적인 실수다.)
PS. 보일러와 물탱크 배관의 구조에 대해 정확히 몰라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옥상의 물탱크는 보일러에서 끓인 온수가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찬물을 보일러에 내려 보내는 역할만 하는 것일 수 있다.
옛날에 만들어진 연탄보일러나 일부 기름보일러 들은 보일러에 직접 수도관이 연결되면 압력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옥상에 물탱크를 만들어 보일러에 찬물을 넣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 같다.
그리고 지하실 배관은 단순히 그렇게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온수와 수도관에서 공급되는 냉수가 혼합되는(?) 다소 복잡한 구조인 것 같은데,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히 어떤 구조인지 알기 어렵고 자료를 찾기 어려워 대충 그렇다는 정도로만 알 고 있다.

플라스틱 수조(물탱크)를 장착하고, 잘라낸 배관에 잘 휘어지는(알루미늄 합금으로 추정) 조립형 관을 끼운다.
(PS. 정식 명칭은 ‘스테인리스 주름관’)
잘라낸 배관을 어떻게 연결해야하나 싶었는데, 역시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은 이런 작업에 사용할 부품을 알고 있고, 어떻게 연결할지 나름대로 다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한다.
물이 들어오는 쪽과 나가는 쪽에 모두 밸브를 장착해서, 나중에 어떤 작업을 하든 제어하기기 훨씬 쉬워졌다.

배관 작업 마무리.

배관 작업이 끝난 후 동파방지를 위해 방한처리를 했는데, 미처 사진을 못 찍다.
간단한 방한 처리 후 물탱크 위에 은박 돗자리와 얇은 이불 2개를 덮었다.

쇠 수조를 떼어 놓고 보니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옆면과 아래 부분의 녹슨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 아주 가관이다.
밑 부분은 거의 다 삭아서 살짝만 쳐도 구멍이 뚫리고, 이미 구멍이 난 곳도 있다.
이 쇠 수조를 시멘트 바닥에 놓고, 그 옆을 왕겨로 채워두었는데, 아마도 왕겨가 막고 있어서 그나마 물이 콸콸 새어 나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왕겨가 발효할 때 상당히 높은 열을 내기는 하지만, 쇠로 된 물탱크에 찬 물이 가득 찬 상태에서 외부에 왕겨가 뜨거운 열을 내면 오히려 쇠가 녹스는 것을 유발하지 않나 싶다.
왕겨가 햇볕을 흡수해서 주변 온도를 7~8도 정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지만, 뚜껑을 닫아 놓은 안에서 왕겨 온도가 저절로 올라 갈리는 없고, 왕겨 자체가 그다지 보온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보일러에서 데워진 물이 올라와 물탱크에 차면 물탱크 주변을 싸고 있는 왕겨의 온도가 올라가서 물이 금방 식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기는 하겠다.)
집을 짓는다는 사람들이 10년을 내다보지 못하고 이런 재료로 집을 지었다니.
물론 당시에는 지금처럼 좋은 건축자재가 부족하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쇠로 된 수조를 사용한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한 4~5년 쓰고 교체할 것을 예상한 건축 방식이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어떤 집주인이 옥상에 있는 무거운 물탱크를 몇 년 못쓰고 교체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하도록 건축을 할까 싶다.)
옛날에 집을 짓고 다녔던 (무자격) 건축자들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배관도 구리가 섞인 합금을 이용해야 하는데, 쇠로 된 파이프를 사용했다.
한심한 일이다. 당시에는 구리 합금이 없었을까? 아니면 비싸기 때문에 그냥 쇠 파이프를 사용했을까. (물론, 집 주인은 파이프 재질이 뭔지 알지도 못했을 것이고 공사에 관여하던 시대도 아니었겠다.)
(사실, 예전에는 다 쇠로 된 관을 썼나보다. 지금도 시골이나 구 시가지의 수도관이 녹이 슬어서 누수가 되는 물의 양이 엄청나다고 한다. 실제로 몇 년에 한 번씩은 수도관 어디가 터져서 물난리가 난다. 이것을 다 교체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빠른 경제 성장을 하며 겉은 그럴듯하게 만들어놨지만, 사실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엉터리 공사가 한 둘이 아니다. 후세대들이 더 많은 돈과 노동력을 투입해서 땜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정희가 마냥 잘했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다.)

바닥은 완전히 녹이 슬어서 구멍이 나 있다.

옆면도 완전히 녹이 슬었고, 관을 연결하는 부위도 완전 녹이 슬었다.
통이 저렇게 녹이 생겼으니 온수를 틀 때마다 녹물이 그렇게 나왔겠다.
(하지만, 온수 배관 자체가 다 쇠 파이프이기 때문에 쇠 파이프에서 녹이 나오는 문제는 쇠 파이프를 모두 뜯어내고 교체하기 전에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요즘에는 PVC 같은 녹이 슬지 않는 재질의 파이프를 사용한다고 한다.)
배관도 녹이 슬어서 녹물이 아예 안 나오지는 않겠지만, 수조를 플라스틱 재질의 물탱크로 바꿨으니 녹물이 거의 안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PS. 몇 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녹물이 엄청나게 나오고 있음)
떼어낸 수조가 고철이라 누가 주워갈까 싶어 일단은 밖에 내놨는데, 안 가져가면 또 동사무소 가서 딱지를 사와서 붙여야겠다.
딱지 값도 올랐는지, 저번에 장롱 부셔서 내놓을 때 딱지 값이 한 8천원~1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뭘 하든 돈이 든다.
(PS. 누가 얼른 주워갔음)
돈이 많으면 그냥 사람들 불러다가 재료값이나 공사 규모 걱정 안하고 일을 시키면 되지만, 그것 좀 아껴보려고 이렇게 직접 공사를 할 때마다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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