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푸드 주식회사 (Food Inc LIMITED, 2008) Documentary

반드시 봐야할 영화 중 하나.
마지막에 자막이 나오면서 관객들이 어떤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그런 스타일은 ‘불편한 진실’ 시리즈에서도 봤던 연출 방식이다.
미국식(?) 다큐에서는 이런 방법을 꽤나 자주 쓰나본데, 그래도 ‘불편한 진실’ 이나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처럼 과격하지는 않고 부드럽게 표현되었다.

이 다큐도 시작 부분에서부터 한참 동안은 미국 축산업의 문제에 대해 짚고 있기 때문에 ‘0157’ 문제나 ‘대장균’ 문제, 공장처럼 돌아가는 축산업계의 문제에 집중하게 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음식산업 전반에 걸친 폭넓고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전반의 문제점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거대 자본으로 엄청난 몸집으로 커진 식품 산업과 여러 가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인해 정치적으로도 건드리기 힘든 이들에 대항해 어떻게 싸울 수 있나?’.
그런 걱정처럼, 그런 우려가 실제로 현실이 된 미국의 현 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현물시장에서는 옥수수도 거래된다. 대두(콩) 같은 저장이 용이한 식량들도 거래된다.

소에게 풀을 먹여 키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은 갔다.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나면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많은 식량을 싸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인류에게 있어 식량은 정말 절박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식품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 기업들은 오직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가장 생산비가 적게 들면서 많이 생산하여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정부에 로비를 하여 정부 보조금을 지급 받고, 시장에 공급할 때는 실제 생산단가 보다 싼 가격으로 내놓는다.
국민들이 낸 세금을 식량 생산 보조금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건비가 오르고 기계를 사용하기 위한 유가(석유 값)도 오르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100원이 되었다면, 실제로 100원에 시장에 내다 팔려고 하면 사람들은 비싸서 사먹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정부에서 생산자에게 50원을 지급해주고, 소비자들은 50원에 사먹게 된다.
소비자들은 구입가격이 50원이니 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들에게서 걷은 세금 중 일부를 생산자에게 50원 보태주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자는 손해를 보지 않고 100원에 물건을 내다 판셈이고, 소비자는 실제로는 50원 보다 많은 돈을 내고 사 먹게 되는 것이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청소를 하지 않고 대충 키워서 아주 더러운 환경에서 대량으로 사육한다.
풀을 먹고 커야 하는 초식동물에게 훨씬 저렴하고 간편한 옥수수 사료나 동물 사료를 준다.
옥수수는 정부 지원을 받아서 매우 싸게 많은 양을 얻을 수 있으므로, 현재 미국에서 나오는 대다수의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심지어 동물 사료로도 사용된다.
빠른 시간 안에 좀 더 크게 살을 많이 찌워야 하며, 중간에 죽거나 병들지 않게 하기 위해 각종 항생제를 사용한다.
미국식약청인 FDA 는 이를 승인해준다. (물론, 정치적 로비 덕분이다.)
똥을 치우지 않고 청소도 하지 않아서 공장처럼 더러운 환경에서 똥을 밟고 똥 위에 누워서 생활하는 가축들이 똥과 오줌 범벅이 된 상태로 키워져 그 상태로 대량으로 도축된다.
대량으로 처리되다 보니 처리 과정이 세심하게 관리가 되지 않고, 도축도 마치 공장처럼 자동화 되어 진행되는데, 이렇게 오염된 환경에서 도축된 고기들이 이것저것 뒤섞이고 혼합되어 어느 부위이며 뭐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햄버거 패티(다진 고기)가 된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대량 생산된 수천, 수만 톤씩 만들어진 패티는 ‘0157’ 이나 대장균에 오염되어 있어서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 더러운 환경에서 생산된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하루에 2~3명씩 사망한다.

콩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은 알이 크고 병충해에 강한 일부 종자만 선택되어 대량 생산된다.
유전자 조작을 해서 좀 더 좋아 보이는 변종을 재배하지만, 이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DA 는 이를 승인했다.
유전자 조작을 한 식물이 자라면, 그 식물의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서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품종에 수분하여 퍼지게 된다.
유전자 조작을 한 종자를 들판에서 키우면서 이미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FDA 가 이를 승인했고, 이런 식품을 생산하고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광고를 하지만, 잘 사는 부자들은 유전자 변형식품이나 더러운 저질 식품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리는 것이다.

브로콜리 하나를 사려면 1.5달러~2달러나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단지 1달러만 지불하면 사 먹을 수 있는 햄버거를 사먹게 된다.
위에서 얘기한 대로, 이 햄버거에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지 조차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패티가 들어가 있다.
가난한 이들은 그런 저질 음식을 먹고, 그리고 병에 걸린다.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부터 병에 걸리기 시작하는데, 당뇨나 암 같은 큰 병에 걸리게 되면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은 치료를 위해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수입의 1/3 이나 절반 혹은 월급으로 충당할 수 없는 큰 액수의 병원비를 지출할 수도 있다.
엄청난 액수의 병원비를 지출해야 하니 그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돈이 없으니 1달러짜리 햄버거를 사먹어야 한다.
저질 음식산업의 굴레에 족쇄가 채워져,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부자들은 저질 음식을 먹지 않으므로 병에 걸릴 확률이 적고, 좋은 환경에서 보호받으며 자라는 그들의 2세 역시 병에 걸릴 확률이 적다.

정말 답이 안 나오는 더러운 현실이다.
이게 바로 미국식 자본주의다. 금권주의. 돈이 최고다.

거대 자본의 식품 회사들은 그들의 치부를 가리려 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음식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라야 한다.
그래서 포장지에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유전자 조작을 했는지 표기하지 않으려 하고, 칼로리가 얼마인지 표기하지 않기 위해 법정 투쟁을 벌이고, 안 좋다고 알려진 첨가물들이 들어가 있는지를 표시하지 않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서 로비를 하고 다툼이 발생하면 법정으로 끌고 가서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인다.
그리고 그들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들을 본보기로 법정에 세워 고통을 주고, 그들이 겁이 나고 지쳐서 다시는 반대하지 못하도록 하려 한다.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되면 변호사 비용으로 몇 천만 원에서 몇 억이 들지 알 수 없다.
거대 기업을 상대로 자본금이 적은 중소기업이 가난한 일반인이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거대 기업은 법정으로 가봐야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더라도, 그 사람들이 함부로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게 본보기를 보여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법정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엄청난 자본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입막음 시도는 식품 산업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형태의 사업에서 자주 애용하고 있다.
결국 돈이 많은 부자가 이기는 게임이다.
쟁의가 발생하고 법정 싸움이 지루하게 길어지면, 결국 서로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게 되고 만약 지기라도 하면 상대편이 사용한 변호사 비용은 물론 벌금과 배상금까지 모두 물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길고 지루한 소모전을 펼치게 되면 결국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되고 오랫동안 싸움을 계속할 여유가 있는 돈 많은 부자가 이기고, 재산이 부족한 사람은 중간에 지치거나 혹은 돈이 바닥이 나서 먼저 고꾸라지게 된다.
법정에서 결판을 내기도 전에 돈이 바닥나 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부조리한 것들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일갈하는 이 다큐의 끝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런 궁금함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런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을 설명한다.
바로, ‘구매거부’다. 문제가 있는 물건들을 구매하지 않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농부가 재미있는 말을 한다. 그들은 영악하다고.
그들은 단지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판매할 뿐이라고.
시장이 유기농 상품을 원하면 그들은 유기농 상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사람들이 유기농 상품 대신에 값싼 싸구려 음식을 원하면, 생산자들은 그들의 요구대로 그런 상품을 만들 뿐이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유기농 상품을 좋아 하고, 저질 식품을 사먹지 않는 것이 이런 거대 식품 회사에 대항하는 길이며, 그들의 방식을 바꾸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좀 비싸더라도 질 좋은 음식을 사먹으라는 얘기다.
소비자들이 값싼 엉터리 식품을 거부하고 질 좋은 음식을 찾으면,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질 좋은 식품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유기농 식품’ 역시 거대 기업에서 만든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유기농 식품을 찾기 시작하자, 그들은 유기농 식품 기업들을 인수합병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결국, 거대 기업은 여전히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저 그들이 좀 더 비싸게 질 좋은 음식을 공급하는 형태로 바뀌었을 뿐이다.

해법이 나온 것도 같지만,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이 저질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은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값싼 음식을 찾게 되는데, 그런 요구에 발맞춰 식품 회사들은 저질 음식을 만들어 값싸게 공급한다.
물론, 다큐 끝부분에서의 주장이 틀린 건 아니다.
우리가 저질 싸구려 음식을 외면해야 그런 식품들이 사라지는 것이 맞지만, 원론적으로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저질 싸구려 음식을 사먹을 수밖에 없도록 내몰린다.
나쁜 것을 알지만 사먹어야 하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지 않게 되고, 따라서 식품 회사들은 여전히 싸구려 저질 음식을 계속 만든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저질 음식을 거부하고, 질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식비로 생활비의 50%를 지출해야 할까?
수입의 50% 를 먹는 것에 사용하면, 나머지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결국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자꾸 같은 굴레를 도는 기분이다.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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