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데스노트 - 라스트네임' 에서 데스노트를 가진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후지와라 타츠야의 주연작품.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한가지 있다.
영화 중반, 카이지와 함께 살아남은 사하라 라는 인물이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다.
역시 데스노트에서 야가미 라이토와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L' 역할로 나왔던 마츠야마 켄이치였다.
비록 조연이긴 하지만, 영화 중반부 고층빌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 다른 한명인 '사하라' 역할로 등장.
2008년 '데스노트 - L : 새로운 시작' 에서는 후지와라 타츠야가 빠지고 혼자 주인공으로 연기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좀 아저씨 같아진 모습으로 나와서 뭔가 역할이 있을듯 하다가 그냥 떨어져 죽는 조연으로 잠깐 등장.
마츠야마 켄이치는 이 영화와 같은 개봉년도인 2009년 '카무이 외전' 에서 주연을 맡았다.
서로 다른 작품에서 주연을 맞으며 연기를 펼치고 있고, 별도로 어떤 친분 같은게 있는지, 이 영화에서는 조연급으로 출연해준것 같다.
데스노트에서의 두 청년의 모습은 일본 아이돌의 느낌 이었지만, 이영화에서는 그사이 많이 아저씨가 되어버린듯한 느낌이 든다.
겨우 3~4년 정도밖에 안된것 같은데, 세월은 어쩔수 없는가보다.
후지와라 타츠야는 둥그런 얼굴과 더불어 귀여운 미소에 웃을때 보이는 덧니 때문에 심각한 연기가 좀 안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반면, 마츠야마는 후지와라에 비해 얼굴선이 날카롭게 생겼고, 전반적으로 차갑고 어두운 느낌이 있다.
진지한 연기에서는 마츠야마가 훨씬 잘 어울리는 마스크를 가진듯 하다.
이 영화에서 후지와라 타츠야의 연기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일본 사람들이 원래 약간 오버스러운 추임새를 많이 사용하는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후지와라가 상황상황에서 내뱉는 추임새들은 정말이지 어색하다.
게다가, 고음도 잘 안올라가는(그렇다고 허스키는 아니다) 목소리 탓에, 슬퍼하거나 외치는 부분이 대단히 어색하게 느껴진다.
원래 생겨먹은게 그런걸, 연기 못한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하다 싶을 수 있지만, 연기자는 자신을 갈고 닦아서,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게 아니냐며 말해주고 싶다.
영화의 소재는 매우 참신하며, 인생의 냉혹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주제는 가슴깊이 저며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좀 황당한 스토리다.
대충의 이야기는 이렇다.
일본 상류 클래스의 괴 집단.
그들은 인생 낙오자들을 끌어들여 이상한 게임을 하도록 유도한다.
전재산을 탕감하던지 아니면 또다시 빚을 지게 만들어 평생을 일해야 하는 노예가 되던지를 결정짓는 게임.
첫번째 게임은,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가위바위보가 그려진 12장의 카드를 각각 가지며,
각자 3개의 별을 받는다.
서로 한장씩 카드를 내서 이기는 사람이 상대방의 별을 가져오고,
제한시간 30분안에, 모든 카드를 소진하고 별3개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카이지는 왠 남자의 설득에 당해, 서로 같은 카드를 내고 서로 별을 빼앗지 않고 모든 카드를 소진하여서 미션을 완수하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그 남자는 두장의 카드를 일부러 다른 것을 내어서 카이지의 두개의 별을 빼앗아 간다.
카이지는 뒤늦게 후회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그 남자와 카이지 모두 이제 각각 한장씩의 카드만 남았다.
화가난 카이지는 남자를 가격하고, 카이지의 카드에 피가 묻는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서로 연맹을 맺어서는 안되는것도 아니다.
서로 믿을수만 있다면 참으로 쉽게 통과할 수 있는 미션이지만,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다.
그 단적인 예가 카이지의 경우인 것이다.
그것은, 별의 숫자만큼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혹여 돈 욕심이 생긴 상대방이 다른 카드를 내면 당하게 되고,
별3개를 가지지 못한 사람은 빚만 더해져서 지하에서 평생 중노동을 해야할 판이다.
카이지가 당하는 소란이 벌어지자, 사람들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서로 믿지 못해 떠들썩 할때 시간은 11분을 남겨놓고.
카이지는 가위 카드를 가지고 있고 그 남자는 주먹 카드를 내놓고 있다고 서로 공개한다.
이제 두 사람에게는 누구든 쉽게 접근해서 별 하나를 뺏어올 수 있다.
순간, 그 남자는 모두의 카드를 다시 섞어서 나눠갖자는 제안을 하고,
그 남자는 카이지의 카드에 피가 묻었다는 것을 알고 카이지에게 피 뭍은 카드를 다시 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카이지에게 다시 게임을 하자는 남자.
카이지는 순간 묘책을 떠올린다.
자기 옆에 있던 아저씨의 보자기 카드와 바꿔친후 피를 뭍힌다.
그 남자는 카이지에게 피뭍은 가위 카드를 주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길거라고 확신하고 승부를 걸지만, 그 남자의 모든 별을 걸고 한 내기에서 카이지는 이긴다.
그리고, 아저씨와 서로 같은 카드를 내며 게임을 마무리 했다는 기쁨도 잠시.
그 아저씨는 품속에서 깜빡했다며 한개의 카드를 또 꺼내고, 제한시간안에 게임을 끝내지 못한 아저씨는 끌려갈 판이다.
카이지는 함께 책임을 진다며 아저씨와 함께 지하 노동장으로 가게 되는데...
오른쪽 어깨에 마이크로칩까지 심어서 도망은 꿈도 꿀 수 없는 강제노동의 시작.
지하 노동장에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엔 대신 페리카 라는 화폐를 사용하며, 탕감할 빚을 제외한 엄청 짠 임금을 준다.
게다가 모든 물건은 돈이 있어야 사는데, 모처럼 만의 휴식시간에 먹을 맥주와 안주거리는 엄청나게 비싸다.
빚을 탕감하고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음식에 대한 욕심도 버리고 돈을 모아야 하지만, 기름진 음식이 먹고 싶은 카이지는 서비스로 준 맥주의 맛에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꼬임에 넘어가 비싼 안주와 맥주를 사 먹는다.
그리고, 동료들에게서, 그 모든 것들이 절대로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기 위한 사기임을 깨닫는데..
엎친데 덥친격으로 공사장 붕괴로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어 약도 사지 못하는 처참한 상황.
지옥같은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생사를 건 새로운 게임에 도전해야 한다.
지독한 먼지로 폐병의 증상에 이번 사고로 다치기 까지한 사하라가 죽음의 게임에 가겠다고 선언하자, 카이지는 함께 가기로 한다.
아저씨 및 한국 사람 한명도 함께.
이 한국사람 발음이.. 조총련계 제일동포 같다. 발음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억양이 약간 이상한듯한.
공사장 간판에도 한국 글씨가 씌어있다. 이런 영화에서도 한글을 보게 되는구나.
그들의 마지막 게임은 고층 빌딩 사이를 건너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에게는 돈으로 바꿀 수 있는 1천만엔짜리 상품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게임에 선뜬 용기가 나겠는가..
하지만, 지옥같은 지하 노동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카이지는 목숨을 건 게임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하고, 다른 이들도 덩달아 환호.
그런데, 이들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고급 만찬까지 준비된 편안한 식탁에서 이들의 목숨을 건 게임을 즐기는 A클래스의 갑부들.
고층 빌딩을 건넌다는건 극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우선, 고층에서는 항상 굉장한 속도의 바람이 불고,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그 다리의 보폭이 발의 1.5배 정도밖에 안되는 데다가, 고압전류가 흐른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상황.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악조건을 갖다 붙히는데.. 이게 현실적으로는 지독히 무리다.
보폭이 그렇게 짧은 다리인데다가, 고층에서 항상 부는 바람은 중심을 거의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지극히 위험하다.
또한, 손을 대었을때 불꽃이 튈 정도의 고압전류라면, 고무깔창의 신발로 커버가 될까?
게다가, 그정도 고압전류가 흐르는데 비가 오면 감전되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이 장면이 가장 신파적인 장면이어서, 카이지는 엄청나게 오버하며 연기를 하는 장면이 많은데,
정말 가만히 있어도 중심잡기 힘든 그 상황에서 그렇게 감정적으로 흥분하고 소리를 지르면 거의 중심을 못잡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영화이니 그냥 넘어가자.
한국인은 비명 고래고래 지르다가 다른 사람까지 붙잡고 떨어지고, 아저씨는 하나뿐인 딸에게 주라며 상품권을 건네주고는 소리없이 떨어진다.
최후의 2인, 카이지와 사하라.
우여곡절 끝에 건물을 건넌 두명은 기쁨에 휩싸이지만 그것도 잠시.
문을 열때의 기압차로 날려간 2인..
그리고, 이들에게 왕족과 노예 게임이라는 마지막 게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왕족과 노예 게임의 룰:
두사람이 총 다섯장씩의 패를 가진다.
한 사람은 노예1 시민4
한 사람은 왕족1 시민4
왕족은 시민을 이기지만, 노예는 더이상 잃을것이 없기 때문에 왕족을 이긴다.
시민대 시민은 비김.
각각 1장씩을 내서 3판 2선승제.
노예는 패를 먼저 내야하고, 패를 낸 이후 눈을 마주쳐야 한다.
왕족은 노예가 패를 먼저 낸 이후, 눈을 통해 패를 짐작하고, 나중에 패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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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과 노예 게임을 하기 전까지가 이 영화의 거의 중반부 까지이다.
마지막 반 분량은 이 게임에 대한 스토리로 할당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일본인 특유의 오버스런 연기가 눈에 거슬리고, 신파성향이 강한 스토리와 더불어 카이지를 연기한 후지와라 타츠야의 연기력에도 의문이 생기는 작품.
긴장감이 넘치고 뒷통수를 치는 정도의 반전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예측은 가능하면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스토리.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인..
이 세상이 얼마나 냉정하고 비열한지를 통감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가슴깊이 파고든다.
카이지는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새 삶을 향한 희망과 용기를 다지며 패배자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듯한 교훈적 엔딩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삶이 그다지 녹녹치 않다.
P.S.
고압전류가 흐르는 그 다리에서, 운동화나 구두로 전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라면..
웃옷을 벗어서 손에 감아서 잡아도 되지 않았을까?

근데, 한글을 잘 보면 '냑하몰주의' 라고 써있는듯 하다.
원래는 '낙하물주의' 라고 쓰려 했겠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이런건 한국어를 잘 아는 사람의 자문이라도 구하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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