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상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일본판 포스터와 한국판 포스터를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본판 포스터에는 실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비록 후반부에 많이 나오지만) 핵심적 역할인 ‘켄지’ 삼촌이 맨 앞에 있고, 한국판 포스터에는 영화 초중반에 많이 등장하는 ‘칸나’(테러리스트 ‘얼음여왕’)가 맨 앞에 있다.
영화의 초중반에서는 ‘칸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처럼 나오긴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핵심 인물은 ‘켄지’ 삼촌이 아닌가.
아마도, 남자보다는 여자를 포스터의 맨 앞에 위치시킨 것도 일종의 홍보전략?
우리나라 대중매체의 여자 선호사상(?)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정정: 위 글은 2편을 본 것이라 착각하고 2편 포스터에 대해 쓴 글임)
상영시간이 두 시간 반에 육박하는(140분) 정말 장편의 영화다.
지루할 만큼 긴 시간이지만, 중간에 약간 느슨해지는 것 외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볼만하다.
(황당하고 비비꼬인 스토리 전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내용이 무엇인지 헷갈리고 지루할 수 있음.)
일본 특유의 단골 소재중 하나인, ‘사이코에 의한 바이러스 살포’ 및 ‘인류 대학살’을 다룬 재난 영화라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사이코 재난 SF 블록버스터’ 이지만, 주 내용은 일본의 고질적 사회문제인 ‘이지메’ 와 ‘소통’, ‘대인관계’를 다루고 있다.
제작노트를 보니 3편까지 있는 것 같은데, 2편에서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 되었음에도 3편이 나온다면 3편의 내용은 무엇일까?
‘에반게리온’ 시리즈에서 번 외편 비슷한 유의 이야기로 다뤄질까?
‘대인관계의 곤란’에서 오는 이야기는 이미 ‘에반게리온’에서 많이 다뤄진 내용이다.
바이러스 살포라든지, 인류 대학살, 사이코의 출연 등은 일본식 재난 영화의 단골 소재.
이런 몇 가지 테마가 합쳐져서 이 영화가 탄생.
1편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나 이야기의 연결이 약간 끊기긴 하지만, 사이코인 일명 ‘도모다찌’가 누구인가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일본어 ‘도모다찌’는 번역하면 ‘친구’를 뜻하는 말로, 이 영화에서는 사이코가 자신을 지칭하는 말.)
어렸을 때 왕따(이지메)를 당해서 대인관계와 성격형성에 문제가 생겼고, 친구가 쓴 ‘인류멸망 시나리오(장난삼아 쓴)’를 그대로 실천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그가 분명 어렸을 때 이지메 당했던 아이임은 분명하고, 사람들은 ‘칸나’의 아빠이자, ‘유키지’의 남편인 ‘요시츠네’가 ‘도모다찌’ 일거라고 결론을 내리고, 가면을 벗겨 자신들의 추측이 맞을지 확인하려 한다.
과연, ‘도모다찌’는 ‘요시츠네’ 일까? 아니면 제3의 인물일까?
이 영화에는 재미있는 트릭(?)이 있다.
‘켄지’ 삼촌이 모든 사건을 해결(!) 하고 멋지게 록 콘서트를 하면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하지만, 여기서 영화관을 나오거나 영상 파일을 종료시키는 건 금물.
익살스럽게도, 그 뒤에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으니.
‘켄지’ 삼촌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도모다찌’가 된 과거의 왕따 어린이가 누구인지 찾게 되는데…….
과연 도모다찌는 누구일까?
이 영화의 주요 관람 포인트는 ‘도모다찌’가 누구인지 알아맞히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지나치게 ‘도모다찌가 누구인지 알아 맞혀봐’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비비꼬고 있어 조금은 짜증스럽다.
결국, 황당하게 밝혀지긴 하는데, ‘도모다찌’가 누구인지를 밝히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는 설정이 김빠지고 황당하다.
게다가, 어린 ‘도모다찌’와 중학생이 된 ‘도모다찌’를 만나려면 타임머신으로 두 번을 여행 했다는 얘기일까?
“구~따라라 스~다라라”.
‘켄지’ 삼촌의 명곡!
영화 초중반에는 어쿠스틱 버전으로 나와서, 70년대 노래 같은 느낌인데, 영화 막판에 걸쭉한 목소리로 록 버전으로 함께 부를 때는 정말 멋있다.
‘켄지’ 삼촌(카라사와 토시아키).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에나 어울릴법한 멋들어진 손잡이를 ‘텍트’(배달용으로 많이 쓰이는 작은 오토바이)같은 오토바이에 용접한 모양새가 웃기긴 하지만, 진짜 록 가수라고 해도 될법한 멋진 외모와 목소리.
(조사해보니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근데, 너무 개폼 잡는 건 아닌지 몰라.
거대 로봇에 올라탈 때, 오토바이하고 통기타를 내팽개쳤는데, 나중에 다시 나오는 통기타도 멀쩡하고 오토바이도 멀쩡하다.
PS.
지난번에 2편 인줄 알고 이 포스팅을 했는데, 지금 보니 마지막편인 3편을 본 것이어서 정정한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