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일본인 (大日本人, 2007) Movie_Review

왠지 일본제국주의의 냄새가 풍길 듯 한 제목이지만, 이 영화는 그런류의 영화는 아니다.
문자 그대로 ‘커다란 일본인’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커다란’(힘 있고 믿음직한) 일본인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제국주의적 성향(?)을 조금은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반미감정’ 이라는 말이 언급되는 부분도 있어서, 부강했던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깔려 있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이 의미가 반어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블랙코미디 영화라 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두 가지 파트로 분류해서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 초중반부에서는, 거인이 된 ‘야마시로’(마츠모토 히토시, 감독 겸 주인공)의 모습을 CG 로 처리하였고, 후반부 끝날 무렵에 갑자기 실사로 바뀐다.
거인을 CG 로 표현한 부분과 실사로 표현한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좀 애매하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라는 건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아 경계가 모호하다.
물론, 이 영화의 소재 자체가 황당한 허구이기 때문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 하지만, 영화 중반부까지는 내내 거인 일본인의 존재에 대해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실사로 넘어가면서 일본의 유명한 아동용(?) 특촬물 캐릭터인 ‘울트라맨’ 따위가 등장해버리기 때문에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린다.
아쉽다. 실사로 바뀌면서 황당해지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괜찮게 느껴졌다.
그냥 끝까지 CG 로 처리하고 영화를 끝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주인공의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다.
야마시로? 혹은 다이사토우?
또는 야마시로 다이사토우?
(‘다이사토우’라 불린 건 확실한데, 네이버 영화정보에서는 ‘마사루’라고 칭하고 있어서, 이하에서 ‘마사루’로 통칭하겠다. ‘대일본인’은 ‘마사루’가 거인이 된 것을 의미한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줄거리.
‘마사루’는 후줄근한 옷에 남들 눈에 띄는 덥수룩한 장발머리를 한 삐쩍 마른 몸매의 아저씨다.
영화는 이 남자를 인터뷰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그는 평범한 아니 남들보다 더 남루해 보이는 평균 이하의 남자다.
그런데, 그가 ‘대일본인’ 이라고 한다.
예를 들자면, ‘울트라맨’ 같은 거인 말이다.
말도 더듬거리고 자기 의견도 뚜렷하지 않아 볼수록 비호감인 이 남자.
그런 그가 실은 슈퍼인간(?) 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다.
4대째 ‘대일본인’의 피를 물려받은 이 남자.
전기 충격을 받으면 거인이 되는 독특한 이 집안의 사람들은, 그 혈통이 4대째를 이어오며 괴물이 나타나면 지정된 장소에서 전기충격을 통해 거인이 되어 괴수에 맞서 싸우는 집안이다.
과거, 국가적으로 후한 대접을 받고, 수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돈 걱정을 안 하며 살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의 큰 얼굴이나 괴수와의 싸움으로 도시가 시끄러운 것을 불평할 정도로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무관심하고 그의 존재 자체를 불편해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울트라맨’ 따위의 이야기를 보다가 허구한 날 도시에서 빌딩을 부수며 요란하게 싸우는 게 의아했는데, 이 영화는 ‘울트라맨’ 같은 영웅(?)들의 요란한 전투 뒤에 숨겨진 민간인들의 피해와 불만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마사루’의 아버지는 더 큰 거인이 되고 싶어 전기충격의 강도를 더욱 세게 했다가 쇼크사로 사망하고, 아버지를 대신해 평생을 일한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
‘마사루’ 역시 아버지의 욕심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수난을 많이 당해왔다.
거인이 된 ‘마사루’의 싸움 장면이 참 가관이다.
듬직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약간 뚱뚱한 외모의 거인.
울트라맨이 사용하는 레이저 무기 따위는 없고, 전기충격으로 발딱 세운 머리 모양에 팬티 한 장 입고 몽둥이 하나로 싸우는 그의 모습은 외모부터가 좀 비호감인데, 별다른 싸움기술이 없고 움직임도 둔하기 짝이 없다.
스스로도 그런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것 같지만, 4대째 이어져온 일(?)인데다가 자기 자식에게도 가업(?)을 잇게 하고 싶기 때문에 그는 계속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내와의 사이에는 아들이 아니라 딸 하나만 있는데, ‘마사루’가 딸에게도 그런 일(?)을 시키려 하자 딸은 도망을 갔고, 아내는 ‘마사루’ 와 이혼인지 별거인지 애매한 상태에서 현재 일하는 회사의 사장과 붙어먹었다.
한 달에 월급으로 20만 엔(우리 돈으로 약 200만원)을 받고, 부수입으로 30만 엔 정도(이 부분도 자존심 때문에 불려 이야기한 것일 수 있다).
다 합해서 한 달 수입이 50만 엔쯤 된다고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데, 그 사람의 생활수준으로 봐서는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아 보인다.
희망 월급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선뜻 말을 못하다가 80만 엔 정도라고 대답한다.
내가 10여 년 전에 알던 일본의 한 재일교포 중고차 딜러가 한 달에 40만 엔 정도 번다고 했으니, ‘마사루’가 현재 기준으로 20~40만 엔 사이로 번다면, 그다지 많이 벌지는 못하는 평균적인 급여를 받는 직장인 정도의 수준이 아닐까 싶다.
별다른 싸움기술도 없는 ‘대일본인’은 어찌어찌 싸움을 해서 괴물들을 겨우 물리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괴물이 나타날 것 같다는 제보가 있으면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발전소로 달려가, 커다란 팬티가 걸려 있는 곳에서 전기 충격을 통해 거인으로 변신한다.
‘대일본인’이 특별한 싸움 기술이 없지만, 그가 상대하는 괴물들 역시 그다지 싸움을 잘하는 괴물은 없다.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그런 괴물들에 맞서기 위해 불규칙하게 출동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대일본인’과 괴물의 싸움이 익숙해졌는데, ‘대일본인’과 괴물의 싸움장면을 TV로도 중계하는데 시청률은 고작 1자리 초중반(1%~6%).
우리나라로 치자면 애국가 시청률 정도랄까.
불규칙적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싸움이 벌어지면 TV로 중계를 하니, 가슴이나 엉덩이에 광고를 붙이고 출동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싸움 잘하는 괴물이 등장하자 ‘대일본인’이 혼쭐이 나서 도망가는 일이 있었고 시청률이 7%나 나왔다.
‘마사루’에게는 개인 매니저도 있는데, 자신보다 오히려 매니저인 ‘다마가와’(여자)가 훨씬 돈을 잘 번다.
‘마사루’는 자존심 때문에 엉덩이 쪽에는 광고를 붙이지 않겠다고 버티며 매니저 ‘다마가와’와 실랑이를 벌이는데, 막상 거인이 된 모습을 보니 엉덩이에 광고가 붙어 있다.
아기 괴물이 등장하는데 ‘대일본인’의 젖꼭지를 깨무는 바람에 아기 괴물을 바닥에 떨어뜨려서 황천으로 보내버리는데, ‘마사루’는 자신이 죽인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귀여운(?) 아기 괴물의 영혼을 위로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1만 명 정도의 방귀냄새에 맞먹는 악취를 풍기는 괴물이 나타나고, 그 괴물을 쫓아온 발정 난 괴물이 대낮에 정사를 벌이는 방송사고(장면 삭제)가 나기도 한다.
싸움 잘하는 괴물과의 한판승부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위해, 잠을 자는 ‘마사루’를 거인으로 만들어 대전을 시키는 일당들.
하지만, 겁쟁이 ‘대일본인’은 괴물을 피해 다니는데,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거인이 나타나서 괴물에 맞선다.
할아버지 거인은 폼으로 봐서는 왕년에 싸움 꽤나 한 것처럼 보였지만 괴물의 니킥 한방에 비몽사몽 하는데, 도망가던 ‘대일본인’의 발길질에 걸려 황천으로 간다.
그리고 영화는 실사로 넘어간다.

이때부터가 이 영화를 죽 쑤게 만든다.
사실, 이렇게 실사로 넘어가면서 더욱 B급의 냄새가 풍겨 풍자적인 느낌이 있고, 우스꽝스럽게 만들려는 본래의 의도가 나타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 영화가 말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애매모호하게 만든다.
‘울트라맨’ 같은 캐릭터 복장을 한 가족이 등장해서 엉성한 괴물 인형 탈을 쓴 악당(아까의 그 싸움 잘하던 괴물)을 사정없이 가격하고 옷을 찢거나 돌돌 만 신문지로 구타한다(일본의 ‘이지메’ 문화를 풍자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레이저 빔’으로 괴물을 폭파시키고는 슝 날아서 그들의 아지트로 간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그날의 싸움에 대해 토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바보 같은 ‘마사루’를 비난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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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루’라는 인물에 대해 두 부분으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보자.
실사로 바뀌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마사루’가 비록 괴물에 맞서 싸우는 ‘슈퍼영웅(?)’이기는 하지만 전혀 영웅답지 않는 인간 ‘마사루’와 멍청한 거인 ‘대일본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거인이 아닌 현실에서는 평균 이하의 남자이고 막상 거인이 된 후에도 특별히 싸움을 잘하는 캐릭터가 아닌 뭔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자란 존재다.
지금까지 많이 보아온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의 전형적인 영웅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모습과 뭔가 덜 떨어진 ‘히어로’의 삶을 묘사함으로써 나름 의미심장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CG에서 실사로 넘어가면서 부터는 과연 ‘마사루’가 일종의 쇼 프로그램의 출연자인지 아니면 그냥 우스꽝스럽게 보이기 위해 그렇게 연출한 것인지가 분간이 되지 않아 애매하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상 후자 쪽으로 봐야하겠지만, 후반부에서 실사로 연출한 이상한 장면들 없이 앞부분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모두 CG로 연출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엉성한 코스프레 분장으로 레슬링 선수들이 싸우는 것처럼 연출한 장면을 추가하지 말고, 거인과 괴물의 싸움을 실사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CG로 묘사한 것처럼 연출하고 이야기를 끝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다.

지질한 ‘마사루’의 모습과 짜증나는 인터뷰 스타일, 어벙한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다소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기존의 ‘슈퍼히어로’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영화다.
평점은 5점 만점에 2.5~3점 정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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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오파드 2010/06/15 00:17 # 답글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마무리가 좀 아쉽더군요;;;

    감독이 유명한 게닌인 마츠모토 히토시라는 점이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라는 느낌보다는 게닌들의 콩트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fendee 2010/06/15 00:50 #

    님 덕분에 게닌 이라는 표현을 처음 들어보는군요. 일본에서는 개그맨을 게닌 이라고 부르나 보네요.
    지난번에 방송을 보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쓰는 개그맨 이라는 표현도 원래는 없던 신조어라 하더군요.
    자료를 찾아보니, 전유성,고영수,김웅래(PD) 등이 새로운 시도를 위해 만든 단어라고 합니다.
    개그맨 다운 풍자적이고 독특한 설정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 지적하신대로 후반부 마무리가 아쉽게 되어버렸네요.
    감상평에 쓴것처럼, 그냥 진지하게 쭈욱 밀고 나갔으면 좀더 의미심장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 레오파드 2010/06/15 01:11 #

    아무래도 마츠모토씨가 감독을 맡은 첫영화이다 그리 많은 것을 바라기는 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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