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라이 (The Book Of Eli, 2010) Movie_Review

오랜만에 ‘덴젤 워싱턴’을 보게 되었는데, SF 영화 라고 한다.
영화 ‘매드맥스’ 처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미래의 도시.
‘매드맥스’의 내용이 그렇듯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미래의 도시에는 화려한 우주선 따위는 없다. 아름답고 신기한 미래의 도시가 아니라 디스토피아 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폐허가 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미래.
‘일라이’(덴젤 워싱턴)는 정처 없이 서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어느 마을에서 물을 구하고, 폭탄을 고친다.
(정확하지 않음, 휴대용 MP3 플레이어 같은 기계일수도 있다.)
한 마을의 실권자인 ‘카네기’(게리 올드만)는 사람들을 풀어 책을 찾으려 한다.
반드시 그 책이어야 한다고 한다.
설마 했는데, 그 책이 예상대로 ‘성경책(Holy Bible, 기독교의 성서)’이다.
카네기는 마을을 통치하기 위해 그 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책속의 말을 인용하여 말을 하면 사람들이 말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믿음이 필요한 사람들의 심장을 겨누는 강력한 무기.
‘일라이’는 자신의 책을 뺏으려는 ‘카네기’의 부하들을 죽인다.
‘일라이’는 특공무술을 할 줄 알고, 건물위의 사람도 권총으로 한방에 쏘아 맞추는 실력자이다.
얼핏, 지극히 기독교적인 내용 같지만, ‘카네기’의 대사를 통해 감독의 의도를 엿본다면, 종교의 이면에 있는 무서운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종교에 대해 기록한 책 이른바 각 종교들의 ‘성서’에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답을 얻고 싶어 하는 원초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이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증명할 방법은 없다.
다만, 믿고 의지할 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답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종교는 편향적이고 독선적이다.
믿거나 아니면 믿지 않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믿지 않으면 배격의 대상이 된다.
일단 믿기 시작하면, 마치 마법이나 최면에 걸린 듯 맹목적으로(믿지 않는 이들이 볼 때) 복종하게 된다.
그것이 종교의 힘이다.

아마도, ‘일라이’는 그 책이 힘(?)을 발휘할 적절한 마을을 찾는 듯하다.
‘솔라라’ 와의 대화에서 보면, ‘일라이’는 그 책의 힘(?)을 자기 임의로 이용하려고 한다기보다는 어떤 의무감(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에서 그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이 영화가 지극히 종교색이 짙은 영화임을 알게 된다.
‘일라이’는 성경 속에 나오는 이야기에서처럼, 예수의 ‘제자’나 ‘선지자’ 혹은 ‘순례자’ 같은 사람인 셈이다.
그는 성경책에 기록된 모든 내용을 외우고 있다.(30년 동안이나 매일같이 읽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일종의 종교적인 임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예수의 말씀을 전파하는 것.)
표면적으로는 지극히 종교적인 영화로 끝을 맺지만, 그 안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
‘카네기’(게리 올드만)가 ‘일라이’에게 말하던 대사들을 되새겨 보자.
비록, ‘성경’에 대해 지극히 정치적이고 인간적인 관점을 지닌 ‘카네기’가 지고 순수한 신앙인인 ‘일라이’가 이기는 내용이지만, ‘카네기’의 대사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은 현대 사회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종교’의 어두운 면들이라 볼 수 있겠다.

‘일라이’는 자신의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금문교 너머 서쪽으로 30년간이나 걸었다고 한다.
삶의 의미도 목적도 잃어버린 폐허.
전쟁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제일 먼저 성경책을 모두 불태웠다고 한다.
아마도, 종교문제가 시발점이 되어 세계대전이 일어났다는 설정인 모양이다.
그 와중에 ‘일라이’는 어떤 목소리를 듣고 폐허 속에서 그 성경책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자신의 숭고한 임무를 위해 되도록 소란스러운 사건에 휘말리지 않고 조용히 서쪽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물을 구하기 위해 들른 마을에서 ‘카네기’ 일당과 ‘솔라라’를 만나게 된다.
책을 뺏으려는 ‘카네기’의 부하들을 단숨에 처치(다소 과장이 심하다)하고 다시 길을 떠나는 ‘일라이’.
‘솔라라’의 엄마는 ‘솔라라’가 ‘일라이’와 동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고, ‘솔라라’는 ‘일라이’를 쫓아간다.
‘솔라라’를 떨쳐냈지만, 여전히 ‘일라이’를 따라오던 ‘솔라라’가 강도들을 만나게 되고, ‘일라이’가 강도들을 멋지게(!) 처치한 이후 ‘솔라라’는 동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물을 구하기 위해 조그만 집에 들렀을 때, 그들을 추격한 ‘카네기’ 일당에게 결국 붙잡히게 된다.
‘솔라라’를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카네기’에게 책을 내어주는 ‘일라이’.
그가 ‘카네기’에게 건네준 책에 어떤 트릭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예상외의 반전이 있다.
아무튼, ‘일라이’는 수십 년 간 성경책을 보고 읽었기 때문에, 굳이 책이 없어도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교회에서는, 마치 유교 경전을 줄줄 외우듯이 성경을 통째로 외우는 사람도 꽤 많다.
‘일라이’도 성경책의 모든 구절을 줄줄 외울 정도의 신앙심(!)과 암기력을 보인다.

마지막 결말과 반전이 있기 때문에,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정리하겠다.

결국, 악당 ‘카네기’는 패배하고, ‘일라이’가 이긴다.
‘정의’ 혹은 ‘신앙심’이 이긴다는 지극히 종교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비록 ‘카네기’가 패배하긴 했지만, ‘카네기’의 대사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는 ‘자유’ 와 ‘신념’, ‘종교’ 문제로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믿음’이 필요하다.
인간은 어떤 가치관의 근원이 없이는 불안해하는 지극히 나약한 존재다.
그래서 의지할 곳이 필요하고, 믿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저마다의 종교와 신앙이 발생하는데, ‘부처’를 믿는다거나 ‘예수’, ‘알라’를 믿는 등 비교적 큰 규모의 종교집단도 있지만, 작은 무리들이 믿는 토속신앙도 상당히 많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믿는다.
일본이나 인도에는 몇 만의 신이 있다고 하니, 얼마나 믿고 의지할 것을 찾는지 알만 하다.
이렇게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믿을 것이 필요고, 이런 속성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신’을 빌미로 사람들을 통치하고 조종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신앙’은 사람들을 통치하는 아주 유용한 통치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 종교들에서 얘기하는 내용이 ‘진실’ 인지 ‘거짓’ 인지는 논외로 하자.
인류의 역사에서 이미 보아왔듯이, ‘종교’는 인간들에 의해 변질되어 왔고, ‘종교’ 와 ‘신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역사적 진실이다.

‘덴젤 워싱턴’의 바르고 곧은 이미지와 ‘게리 올드만’의 악당 이미지가 극명하게 잘 표현된 영화.
좀 실망스럽긴 했다. 난데없이 종교영화라니.
너무 종교색이 짙어서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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