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에 제작된 단편 영화를 장편으로 만든 영화다.
단편영화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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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작품은 단편이기 때문에 내용이 길지 않고, ‘땀 흘리는 것이 생산적 활동 이다’ 내지는 ‘하고 싶을 때 하는 것’ 이라는 간단한 주제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고 보면, 그사이 많이 달라진 ‘성 개방 풍조’를 느끼게 한다.
사실, 이 영화는 한참을 보다보면 좀 짜증이 난다.
이혼법정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많이 다루는 것과 같은 불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데, 인기리에 방영중인 그 드라마와 차별성이 없다.
여자들은 부부의 이야기나 사랑이야기, 고부갈등 갈등 같은 소재들을 상당히 좋아하지만, 남자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상당히 싫어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그다지 환영받을만한 영화는 아니다.
별로 차별화 되지 못한 ‘이혼’ 과 ‘불륜’ 같은 부류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식상하다.
TV로도 이미 많이 보고 있는 이야기를 굳이 영화로 볼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2003년 제작된 단편에서 연기했던 ‘이응재’가 외제차 세일즈를 하는 ‘동휘’ 역할로 나오는데, 튼실하고 귀엽게 생겨서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외모(‘외모탁월’ 이라고 나옴)이긴 하지만, 연기 수준이 너무 발연기라서 이 영화의 정체성에 대해서 의심이 들게 만든다.
단편영화의 소재를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고, 단편에 등장했던 남자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것 까지는 나름 의미가 있었으나, 장편영화의 주연배우로 기용하기에는 연기력이 부족했다.
장편영화는 보통 제작비가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흥행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를 굳이 캐스팅할 필요는 없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가 원작 단편영화에 출연했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여주인공 ‘미유’를 연기한 ‘임서희’의 연기는 괜찮았다.
그런데, 이 영화 자체가 TV 드라마 같은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의 모습이 ‘영화배우’ 라는 느낌 보다는 ‘TV 탤런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러 면에서, 극장 개봉용 영화라기보다는 그냥 TV 드라마 같은 느낌.
화면질감이라던가 카메라워킹, 연출 등에서도 비디오 영화나 에로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약간은 부족해 보인다.
그렇게 어설프게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나름 반전이 있다.
좀 황당한 부분이기도 한데, ‘미유’와 ‘동휘’가 바닷가에서 재회를 하고, 똥이 마렵다며 마주앉아서 똥을 눈다.
그리고 눈이 맞아서 다시 섹스를 나누고, 그들이 떠난 자리(똥 눈자리)에서 꽃이 피어난다.
신선한 시도이기는 하지만 좀 황당한데, 바로 이런 요소들 때문에 ‘단편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가 단편영화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주었고, 재치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사실, 많이 실망스러운 영화다.
원작 단편영화의 모티브 및 주제의식과는 이야기의 방향이 다른 것 같다.
그냥 쉽게 말해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하던 ‘미유’가 ‘진정한(?) 사랑’을 느껴 집을 나가고(이혼도 하지 않고), ‘동휘’와 동거를 시작한다.
실제 현실에서는 ‘불륜’이며 ‘간통’에 해당하는 황당한 전개지만, 여자들이 느끼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돈도 좋고 멋진 집과 차도 좋지만, ‘사랑 받고 있다’라는 느낌을 느끼고 싶어 하는 여자들.
‘일탈’ 이기 때문에 쉽사리 하지 못하는 그러한 ‘판타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대중적으로 폭넓게 사랑 받기에는 힘든 소재이고, 표현력에도 부족했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름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무미건조한 남편과 달리 ‘동휘’를 만나면서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모든 남자들이 다 똑같아’ 라는 말처럼, 왠지 자신을 속이기 시작하고 다른 여자들과 시시덕거리는 게 불안했던 ‘미유’는 결국 ‘동휘’ 곁을 떠나 시골에서 산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는 일상을 보낸다.
이것은 ‘성숙’을 의미한다.
‘돈’에 메이고 ‘남자’에게 갇혀있던 ‘미유’는,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자기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자아실현’을 향한 첫걸음이다.
‘커리어 우먼’ 이라던가 ‘독립심 강한 여성’, ‘현대여성’ 같은 말로 표현되는 것으로, ‘여자’ 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상태다.
‘미유’는 이렇게 ‘자아실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름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표현력에 문제가 있고 연출이나 연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영화다.
원작 단편영화와도 주제 면에서 이질적인 점이 있고, 장편을 만들려고 너무 멀리 가지 않았나 싶다.
P.S. 인간군상들.
단편영화 ‘하고싶을때 한다’ 처럼, 모텔 방을 구하지 못하자 ‘교회에서(성당)’, ‘화장실에서’, ‘계단에서’ 심지어 ‘남편이 없을 때 집에서’ 등등 ‘자유’ 라기 보다는 ‘방종’ 과 ‘일탈’에 가까운 행동을 보인다.
그들의 일탈의 절정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단지 ‘재미’ 와 ‘스릴’로, 3만원을 지불하지 않고 ‘먹튀’하는 장면이다.
‘미유’가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고 별거를 시작한 이후, 남편은 ‘미유’의 친구에게 부탁해 ‘동휘’가 일하는 곳에 찾아간다.
그 틈에 ‘미유’의 친구는 ‘미유’의 남편을 꼬시려고 한다.
그들이,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열정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그런 모습을 연출한 것 같지만, 도에 지나친 ‘일탈’이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불같이 사랑했던 ‘미유’와 ‘동휘’.
하지만, 불같이 타올랐던 사랑은 점점 시들해지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집착하는 ‘미유’에게 점점 귀찮음을 느끼기 시작하는 ‘동휘’.
‘동휘’도 속칭 ‘남자들은 다 그래’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순간 ‘앗!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미유의 모습.
그래, 그건 순간적인 일탈일 뿐이다.
‘첫눈에 반하는’ 그런 운명적 사랑은 여성들의 판타지일 뿐이다.
(‘미유’가 ‘동휘’를 찍은 것은, ‘동휘’의 프로필에 있던 ‘첫눈에 반한다는 걸 믿는다’ 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하긴, 나 역시 그런 판타지를 꿈꾸기도 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여유롭고 한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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