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육혈포 강도단 (Twilight Gangsters, 2010) Movie_Review

‘할머니 강도단’이라는 기상천외한 설정으로 관심을 끈 영화.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 3인의 중년배우가 연기한 평균나이 65세의 할머니들.
삶에 찌들어 사는 이 할머니들의 마지막 꿈이자 유일한 희망은 ‘하와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8년간 용돈과 좀도둑질을 해서 837만 몇 천원을 모아 여행사에 입금하려고 은행에 가는데, 강도를 만나 하루아침에 8년간의 꿈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김정자(나문희)’ 여사는 살기위해 발버둥 치지만, 월세가 밀려 방을 빼야 하고 병원에서는 암이 폐로 전이되었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손영희(김수미)’ 여사는 사별한 남편이 바람기가 많아서 평생 마음고생을 했고, 아이들 양육을 소홀히 한 결과로 자녀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냐!’며 구박을 받는다.
‘공신자(김혜옥)’ 여사는 남편과 사별하고 남은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었지만, 아들은 전 재산을 탕진하고 공신자 여사가 공장에 다니며 벌어오는 돈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처지다.
고등학생이 된 손녀는 ‘왜 할머니는 바보같이 자기 노후를 위해 재산을 남기지 않고 아빠에게 재산을 모두 넘겨줘서 고생 하냐!’며 화를 낸다.
무엇보다도, 암이 전이되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김정자’ 여사에게는 과거가 있다.
그녀는 가난했던 시절에 낳은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다가 감방에 가게 되었고, 결국 홀로 남겨진 아이는 하와이로 입양되어 버린 것이다.
그녀가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려는 이유는, 죽기 전에 입양되어간 아이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하는 속내가 있었던 것이다.

은행 강도의 손목에 ‘나비문신’ 같은 것이 있었다는 걸 본 ‘공신자’ 여사의 말에 세 할머니는 직접 탐문수사를 하여 범인 중 한명을 잡는다.
포스터에도 없고 광고에서도 그 얼굴을 볼 수 없어 몰랐는데. 이 강도가 바로 ‘임창정’이 연기한 ‘방준석’이라는 인물이다.
할머니들이 ‘방준석(임창정)’을 심문(?) 해보니 이미 다른 일행이 돈을 갖고 튀었고, ‘방준석’의 집에서 총을 찾아낸다.
도망간 녀석을 잡을 수는 없고, 녀석을 잡는 것을 포기하고 하와이 여행을 갈 돈을 모으기 위해 또다시 8년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김정자’ 여사의 제안으로 이들은 ‘방준석’에게 강도짓을 배워 직접 은행을 털기로 한다.

줄거리는 이쯤 정리하고.

세 중년 여배우의 연기는 볼만했다.
‘김수미’씨는 왜 그렇게 목소리가 허스키 하고 고음이 안 올라가는지 궁금하다.
원래 그렇지는 않았을 텐데, ‘일용 엄니(할매)’ 연기를 오래하면서 목소리가 망가진 것일까?
세 할머니의 특징이 잘 표현되었다. 캐릭터를 잘 만들었다고나 할까.
보스 격인 ‘김정자(나문희)’ 할머니는 차분하고 강단(강한 결단력)이 있다.
욕쟁이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손영희(김수미)’ 할머니는, ‘김수미’라는 배우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거칠고 욕 잘하는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 그대로다.
셋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리고 곱게 살아온 듯한 ‘공신자(김혜옥)’ 할머니.
그러고 보면, 세 여배우의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원래 그들이 평생 만들어온 캐릭터일 뿐이다.
그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대부분 그런 캐릭터를 그대로 연기해왔기 때문에 상당히 익숙하다.
‘나문희’씨는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 에서 약간의 캐릭터 변화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성격의 역할을 주로 연기했고, ‘김수미’씨는 ‘일용 엄니(할매)’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거의 굳어진 것 같고, ‘김혜옥’씨는 최근 드라마인 ‘솔약국집 아들들’ 에서 ‘시’를 좋아하는 감상적인 모습의 새침한 장모로 나오는데, 좀 독한 성격의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약간 어수룩하고 엉뚱하면서 새침하고 여성스러운 역할로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바로 그런 캐릭터다.
그런데, 하는 짓(?)이 정말 귀여워서 ‘할머니’라는 생각이 좀 안 들기는 한다.
세 여배우의 호흡이 정말 잘 맞아서 마치 오랜 세월 언니동생 하며 지낸 사이처럼 보일 정도로 세 할머니의 연기 호흡은 좋았다.

이 영화에서 소재로 삼은 ‘할머니 강도단’은 실제 현실에서는 일어나기는 힘들고, 실제로 할머니들이 강도 행각을 벌인다 하더라도 성인 남자들에게 쉽게 제압당할 것이기 때문에, 설정 자체가 다소 비현실적인 판타지적 설정이라 볼 수 있다.
‘육혈포’가 무슨 뜻일까?
‘육혈포(六穴砲)’라는 한자어를 풀이하면 “여섯 개의 구멍이 있는 총(포)”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손잡이에 탄창을 끼워 넣는 방식의 권총이 아니라, 총구 아래에 회전하는 6개의 원형 실린더가 달린 형태의 총을 말한다.
이런 형태의 총을 ‘리볼버(Revolver)’ 라고 부르는데,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오래된 권총으로, 주로 경찰들이 쓰는 권총이다.
우리식으로 쓰자면 그냥, ‘권총 강도단’ 쯤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뜻을 바로 알 수는 없지만 제목이 독특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할머니들이 ‘권총 강도’를 한다는 설정 자체에 무리가 좀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기본 설정을 그렇게 해두고 할머니들이 정말 은행 강도 사건을 벌인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현실에서 정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지를 고민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코미디를 넣으려 하다 보니 다소 비현실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부분이 많다.
아무리 예의범절과 노인공경을 중시하는 사회라고 해도 ‘강도’인데,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라고 해서 할머니들 말에 기가 죽는다던지 할머니들을 함부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물론, 극중 대사처럼 ‘여론을 의식해서 함부로 강력진압을 하기 힘들다.’ 라는 식의 논리로 이해하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권총을 가지고 강도행각을 벌이는 상황에서 ‘어른공경’ 운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코믹스럽다.(뭐, 어차피 코미디 영화니까!)
그 중 자신의 권총(그 ‘육혈포’) 때문에 유독 열을 내는 형사 한 명이 있는데, 이 형사의 행동은 예외다.
‘어른이고 뭐고 간에 범죄자는 모두 악질이다!’ 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데, 영화상에서는 그가 어딜 가나 ‘나쁜 놈’이라며 욕을 먹는다.
설사 강도짓을 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어른이기 때문에 공경해야 한다’는 논리에 정면으로 반박하기 때문에 유독 악질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은 강도짓을 할머니들은 놔두고 오히려 형사를 욕한다.
같은 상황을 두고 두 가지 논리가 존재하지만, 형사 캐릭터를 ‘원래부터 나쁜 놈’ 으로 설정을 해서 형사의 사고방식은 무참히 짓밟는 식이다.

평소에 보호해야 하고 보살펴야 하는 대상인 ‘노인과 아이’의 범주에 속한 할머니들.
이 할머니들이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은행 강도짓을 하게 되었는데, 인질들은 할머니들이 수억을 훔치려 한 것도 아니고 고작 837만 원만 훔치려 했고, 그들의 삶이 구구절절하게 불쌍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할머니들에게 동조한다.
이건 ‘스톡홀름 신드롬’ 같은 것으로 봐야할까.

3인의 중년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중년 배우들의 관록이 느껴지는 연기를 볼 수 있고, 할머니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꼭 남일 같지만은 않은 느낌도 든다.
실제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면서 편의점이나 지방의 은행을 터는 사건들이 뉴스에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총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주로 사냥용 엽총을 이용한 강도 사건이 많고, 간혹 사제 총을 제작하는 경우도 간간이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다.
한국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회복을 하고 있고, ‘삼성’이 ‘세계 일류기업’이 되네 어쩌네 한국을 먹여 살리네 어쩌네 헛소리를 지껄여도, 뉴스에서는 가난에 찌들어 강물에 뛰어든 사람, 가족을 죽이고 아파트에서 투신한 가장, 가족과 함께 자신도 방화로 목숨을 잃는 가장, 편의점 강도, 은행 강도 뉴스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건 순전히 내 착각일까?

전반적으로 그럭저럭 볼만 했지만, 할머니들을 체포하지 못하는 어리숙한 경찰, 강도들이 할머니들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모습 등은 약간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노인공경’ 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코믹하게 상황으로 전개를 하고 있지만, 웃기기 위해 너무 의도한 것이 느껴져서 어색하다.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와 코미디가 재미있기는 했지만, 이야기의 기본 설정이 다소 암울해서인지 다소 우울한 느낌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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