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증 蒐集症, 실제로 존재했다. Essay

수집증 蒐集症
아뿔싸, 그동안 찾아볼 생각까지는 안했는데, 오늘 검색해 보니, 정말 실재하는 증상이었다.
사실, ‘수집증’ 이라는 말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말이었다.
무언가를 수집하는데 집착하는 증상이라는 의미로 만들어본 말인데, 실제로 이 말이 국어사전에 올라 있으니,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것들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어왔다는 사실이다.
그게, 우연하게 내가 창조해낸 말이라 생각했었지만, 실재 했었다니.
사람마다 이런 증상 때문에 고민 하는 경우가 있으리라 본다.
딱히 병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나름대로는 이런저런 고민에 빠지게 하는 일종의 정신적 질환이랄 수 있을까.
정신질환이라고 하기에는 좀 가벼워 보이지만, 이것 역시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가지로 꼬집어 단정 짓기 힘들지만, 어떠한 인과관계에 의해 병적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증후군’ 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새집 증후군’이 있다.

영어식으로 표현하자면 ‘Sick House Syndrome’로, 말 그대로 풀이하면, 아픈 집 때문에 발생하는 신드롬이다.

‘증후군’의 영어식 표현이 ‘신드롬(Syndrome)’ 이라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다.
보통 ‘증후군’이라 하면, 물리적 증상이 있는 경우를, ‘신드롬’이라 하면 정신적 증상이 있는 경우로 오해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같은 말이다.
새집을 지으면 프롬(폼)알데히드(방부제 성분)나 본드 성분, 화학가스등이 방출되어, 입주자가 피로감을 느끼거나 현기증, 구토현상, 가려움증 등을 느끼게 된다.
알레르기나 두드러기, 아토피가 심해지는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신드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스톡홀름 신드롬’ 이다.

스톡홀름 증후군 [Stockholm syndrome] : http://100.naver.com/100.nhn?docid=771453
인질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인질은 차츰 범인에게 동화되어 범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동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자주 들어온 ‘신드롬’ 이라는 용어에서는 주로 정신적 증상이 많은 반면, ‘새집 증후군’ 이나 ‘팔목터널증후군’ 같은 말들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신체적 이상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로 오인하게 된다.
조금만 더 찾아보면, ‘주부 증후군’ 이나 ‘빈둥지 증후군’ 처럼 정신적 증상을 동반하는 증세를 표현하는 말도 있다.
그런데, 막상 조사를 해보면, 정말 다양한 ‘증후군’이 있다.
이상하게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증후군’ 이라는 표현은 거의 쓰이지 않았었다.
과거에는 ‘병도 아닌데’ 병원을 찾아와 귀찮게 한다고 말하거나 ‘꾀병’ 이라고 치부되었던 것들이 이제는 딱 무슨 ‘병’ 이라고는 호칭을 가지지는 못하기는 해도 포괄적으로 묶어 ‘증후군’ 이라는 표현으로 갖가지 질병이나 증상들을 설명하고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고통 받는 자신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해주니 고맙기는 하지만, 오히려 별별 증상들을 다 ‘병’이라고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행여 애꿎은 사람들에게 까지 사소한 증상들을 모두 ‘증후군’ 이라 칭하며, 돈벌이를 하기 위한 상술로 보이기도 한다.
각설하고, 아무튼 사람들은 이런 오묘한 원인들에 의한 소소한 고통과 질병으로 고민하고 있다.
내 경우에는, 어릴 적부터 무언가 조금이라도 쓸모 있을 것 같은 물건들을 주워 모으는 버릇이 있었다.
아마도, 용돈도 받지 못했고, 애정결핍 증상도 있었고,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불만 같은 것 등등으로 인해 항상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기 때문에 생긴 증상일 수 있는데, 막상 그렇게 주워 모은 것들에 대한 애정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딱지나 구슬을 한가득 모으기도 했고, 흰 우유 곽을 접어서 모으는 버릇도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모으지만 나중에는 모두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예쁘게 생긴 조그만 돌들을 모으기도 했고, ‘프라모델’이라 불리는 조립식 장난감을 모으기도 했지만 돈이 많이 들어서 그리 많이 모으지는 못했다.
성인이 되고난 이후에는 한동안 ‘수집증’이 없었지만, 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영화를 보는 버릇이 생겨 비디오방 몇 군데에 비치된 비디오는 다 봤을 만큼 많은 영화를 보기도 했는데, 비디오 숍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문을 닫는 비디오가게가 생기자 비디오가게에서는 비디오테이프를 몇 천 원에 내다파는 일이 많아졌고, 한때는 이렇게 싸게 파는 비디오를 수집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집증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부터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는 일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그 불씨를 당긴 것이 ‘오○경 비디오’ 파문이었다.
어떤 연예인의 비디오가 유출되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터넷으로 어떻게든 자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많아졌고, 덕분에 당시에 그렇게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 꽤 많았다고 한다.
그런 붐을 타고, 국내의 성인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모으는 것 중 가장 전통(?)적인 것이 프로그램(유틸리티)를 모으는 것인데, 이렇게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뭔가 쓸모가 있을 것 같은 프로그램들을 수집하는 수집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프로그램을 수집하는 붐도 이젠 거의 가라앉아 정착단계이지만, 초창기만 해도 온갖 별 잡다하고 시시껄렁한 프로그램들이 많았고, 그런 것들을 굳이 다 쓰지도 않으면서도 왠지 하드 디스크 한 구석에 차곡차곡 모아놓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 같은 것이 생긴다고나 할까.
P2P 사이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그런 ‘프로그램 수집증’이 절정에 이른다.
크랙 사이트를 뒤지거나 누군가가 올린 링크에 링크를 타고 가서 어렵게 자료를 구하거나 할 필요가 없이, P2P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P2P 씨드(정보파일)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가입만 하면, 손쉽게 수많은 자료들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 대다수 남자들이 그렇듯이, AV 는 기본이고, 수많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만화, 프로그램 등을 모으는 것이 상당히 보편적인 편이다.
그 단계마저도 넘어서면,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등의 적극적인 창작 형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단지 모으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UCC(User Creative Contents)’ 개념에서 자체적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든 것 까지도 모아놓는 버릇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UCC’를 동영상에 국한되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용자(유저)가 직접 만든 콘텐츠는 모두 ‘UCC’로 보는 게 맞다.
온갖 뉴스들을 스크랩하고, 그 외에 웹사이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쓸 만한 정보인 것 같으면 죄다 스크랩해 놓는 스크랩병도 생겼다.
어느 한 분야 뿐 아니라 ‘모을 수 있는’(대부분 인터넷 상에서) 수많은 자료들을 모두 모으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버릇으로 발전한 것이다.

‘수집증’이라고 마냥 나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수집하는 사람이 그 영화들을 모두 감상하고, 영화 제작에 얽힌 뒷이야기를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버릇이 있다면, 그 사람은 훗날 영화 전문가가 되거나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라 불릴 만큼 많은 지식을 쌓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학구적이지 않고, 단지 ‘긁어모으는’ 행위에만 집착하는 경우다.
그냥 ‘쓸모 있을 것 같아서’ 모으기만 했지, 그렇게 모은 정보들을 자세히 보거나 분석하지 않고 그저 모으는 것에 집착하는 경우, 그것은 정말 ‘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쓸데없는 시간낭비가 된다.
또한, 무엇을 모으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위에서 언급한 AV 를 모으는 경우에는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거의 ‘쓸모없는 수집’ 수준이다.
모든 일을 ‘쓸모가 있느냐’ 혹은 ‘쓸모가 없느냐’ 라는 기준으로 구분 짓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그런 ‘수집증’으로 인해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정말 ‘병’이 아닐까.

항상 고민하곤 한다.
이 자료를 지금 수집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는 찾지 못하거나 구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하지만, 막상 그렇게 자료를 수집해 놓고도 게으르고 귀찮아서 들여다보지 않는다.
공부하거나 보지도 않을 거면서 그렇게 모아놓기만 하면, 그건 정말 시간 낭비이고 쓸데없는 짓이다.
한두 개의 자료를 찾더라도(혹은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들을 실제로 내 것으로 만들어야 쓸모가 있는 것이 된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즉, 아무리 좋은(혹은 좋은 것이 될) 것을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들을 쓸모 있게 활용해야 보물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항상 고민한다.
필요할 것 같아 모아놓지만, 공부하고 들여다보고 사용하지 않으면 말짱 쓸모없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그렇게 계속 스스로를 다그치며 어렵사리 모아놓은 자료들을 시간 나는 대로 보려고 노력중이다.
아무리 좋은 동영상 강좌를 받아놓았다고 하더라도, 그 강좌를 보며 공부하지 않으면 그 파일들은 내 컴퓨터의 용량을 잡아먹는 쓰레기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어렵게 받아놓았다고 하더라도, 그 프로그램들을 공부하고 다루지 않는다면 그 역시 쓰레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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