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엑시스텐즈 (eXistenZ, 1999) Movie_Review

후배 덕분에 이 영화 제목을 알아냈다.
꽤나 독특한 영화여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였는데, 제목을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후배의 덕분에 제목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간만에 다시 감상을 했다.
내용이 꽤나 독특했다는 기억이 있지만, 자세한 내용까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감상을 했는데, 역시나 명작이다.
놀라운 점은, 영화 ‘매트릭스’와 비슷하게 가상현실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매트릭스’와 같은 해인 1999년도에 개봉되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제는 대스타가 된 ‘주드 로’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우리에게는 1986년 영화 ‘플래툰’에서 광기어린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에 남는 선 굵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윌렘 데포(Willem Dafoe)’ 도 등장한다.

‘매트릭스’의 인기에 비하면 거의 소외되다시피 했던 영화.
독특한 소재와 놀라운 영상미로 당시 인기몰이를 했던 ‘매트릭스’에 비해, ‘유기생명체를 이용한 가상현실 게임기’라는 생소한 설정에다가 조금은 징그러운 장면들이 많다보니 다수의 관객들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이 영화는 그 당시 ‘가상현실’을 소재로 하여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중에서도 단연 독특하고 잘 만들어진 명작으로 꼽아줄만한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매트릭스’와 유사한 점도 상당히 많다.
‘매트릭스’ 역시, 가상현실과 현실의 혼란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기계가 만든 인공배양기 속에서 가상현실에 빠져 살아가던 인간들이 우연히 깨어나게 되고, 인간의 육체를 소형 배터리 정도로 여겨 인간들을 지배하려는 로봇에 대항해 전쟁을 벌이는 내용이 매트릭스의 내용이었다면, 이 영화 ‘엑시스텐즈’는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하기 더 모호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
매트릭스의 인간들은 운 좋게 가상현실에서 깨어나더라도, 현실의 비참함 때문에 다시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매트릭스’의 세계관에서는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가 분명하다.
일부 영화에서 사용하는 ‘꿈속의 꿈’ 같은 다차원적인 설정을 하지는 않았다.
영화 개봉 이후 미국에서는 지금 사는 삶이 현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영화 속 이야기처럼 현재의 인간세상이 가상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착각(혹은 몽상)을 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당시 관객들에게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엑시스텐즈’는 그러한 문제에 대해 보다 복잡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사실, 이 영화를 감상을 하고 나면 약간은 혼란에 빠진다.
과연 어디까지가 가상현실이고(게임),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불분명하다.
유기생명체를 이용한 가상현실 게임기가 만들어진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 속의 시간적 기준점이 모호하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어느 날, 세계 최고의 게임 디자이너인 ‘엘레그라 겔러(제니퍼 제이슨 리)’가 직접 시연하는 새로운 게임 시연 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마케팅 견습 사원 ‘테드(주드 로)’는 참가자들의 물건을 검색하며 참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색장비에 탐색되지 않는 뼈와 이빨로 만든 총을 꺼내든 한 남자가 ‘엘레그라’에게 총을 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후 영화가 진행되면서, 왜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엘레그라’가 만든 게임들이 너무나 현실과 똑같기 때문이다.
너무나 현실과 똑같기 때문에(마치 매트릭스 속의 사람들처럼) 사람들은 가상현실과 현실을 구분하는데 혼란을 느끼게 된다.
게임속의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면 실제 현실속의 비참함을 잊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가상현실 게임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이 우려된다.
게임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인간성 상실’로 이어지게 되고, 현실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약해진다.
너무나 현실과 똑같은 가상현실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그런 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반전이 있다.
‘엘레그라’가 자신이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을 담고 있는 게임기인 유기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해 ‘테드’와 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 게임 속에서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중간에 게임에서 나오지만, 마치 게임 속에서 일어났던 이상한 사건들과 감염증상(포자감염)이 현실세계로 전이된 듯 현실도 온통 ‘엘레그라’ 추종자들과 현실주의자들의 유혈 전쟁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순간 그것 역시 게임이었다는 반전.
그리고 현실(현실일까?)에서의 ‘엘레그라’와 ‘테드’는 연인관계이며, 그들은 ‘게임 속 게임’에서 나와 현실(?)에서 게임개발자를 암살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에서는 현실주의자들과 가상현실 추종자들, 게임 개발사들의 암투를 다루고 있는데, 가상현실이 너무 발전해서 사람들이 가상현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인간성(도덕성이나 윤리 등)을 잃어가기 시작할 것이라는 논리에 타당성이 있다.
매트릭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각자 역할이 있듯이, 영화 엑시스텐즈 속의 게임기 에서도 마치 롤플레잉 게임을 하듯이, 각자 맡게 되는 캐릭터(역할)가 있다.
현실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
또는, 내가 주인공이 되거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쾌감은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물건을 부수거나 사람을 죽여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최근,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우느라 자신의 아이를 굶어죽게 만든 부모에 대한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아직은 게임의 리얼리티가 이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현실과 혼동을 일으킬 만큼 완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부정 내지는 현실혼동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기술이 더욱 발달하여 정말 놀랄 정도로 ‘현실’과 똑같은 ‘가상현실’을 구현하게 된다면, 영화 속에서 현실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정말 무서운 세상이 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매트릭스’와 상당히 유사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가상현실에 대한 혼란과 위험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점에서는 여타 영화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영화라 하겠다.
매트릭스에 비해서는 덜 대중적인 스토리이고, 제작비도 적은 편인 듯 하고, 유기생명체가 나오다보니 징그러운 장면들도 꽤 많은 게 흠이라면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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