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배짱이’ 우화의 단상(短想) Essay

우습게도 아침 일찍 일어나 문득 ‘개미와 배짱이’ 우화가 생각이 났는데, 검색을 해보니 자연스레 일반투자자를 부르는 ‘주식 시장’에서의 은어(?)인 ‘개미투자자’와 연관이 되어 검색이 되었다.
그 ‘개미’를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교훈적(기성 가치관을 은연중에 강요하기 위한 교육적 기준) 내용을 담은 ‘개미와 배짱이’ 우화.
먹을 것이 풍성한 여름 내내 ‘배짱이’는 바이올린을 켜며 여유롭게 놀고, ‘개미’는 비지땀을 뻘뻘 흘리며 겨울에 먹을 곡식을 창고에 열심히 날랐다.
햇볕 좋은날, ‘배짱이’는 삶을 즐기지 않고 오직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는 ‘개미’를 조롱한다.
드디어 추운 겨울이 오고.
모든 곡식들이 떨어지고 들판에 먹을 것이 없어지고, 세상이 온통 눈으로 뒤덮인 추운 겨울날.
‘개미’는 따뜻한 집에서 여름 내내 부지런히 추수해둔 곡식을 먹으며 따뜻하게 보내고 있을 때, 집도 준비해두지 않고 먹을 것도 쌓아두지 않으며 놀기 만한 ‘배짱이’는 여름에나 입는 얇은 외투를 입고 손을 호호 불며 구걸을 하러 다니다가 ‘개미’의 집에 찾아가게 된다.
‘개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배짱이’를 조롱한다.
‘그러게, 풍요로울 때 추운 겨울을 준비해두지 않은 네 삶이 얼마나 처참한지 보아라’ 라고 말이다.

이 우화는 가진 것이 많고 여유로울 때 미래를 미리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짧은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야기 해볼 것이 많다.
‘개미와 배짱’이 우화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며 ‘게으름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살아라!’라는 주장에 인용된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것은 실제 개미와 배짱이의 생물학적 수명에 관한 문제 것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겠으나, 그 중에서 어느 블로거의 글을 링크한다.

해당 글에 첨부된 이미지에는 다음과 같은 간략한 내용이 있다.
‘개미’가 ‘배짱이’에게 ‘겨울이 오면 어쩌려고 그러니’ 라고 묻자, ‘배짱이’는 ‘죽지 뭐’ 라고 대답한다.
약간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 배짱이의 대답은 ‘어렵고 힘들어지면 그냥 자살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어차피 수명이 그것밖에 안되는데 무슨 걱정을 하느냐.’는 대답이다.

‘개미’와 ‘배짱이’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를 해보니, ‘개미’는 종류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개미’의 경우 평균 1년 정도 산다고 한다.
‘배짱이’는 그보다 훨씬 짧게 보통 6개월을 산다고 한다.
즉, 한철(여름에서 가을까지)만 서식하는 종이다.
단지 그것만 놓고 보면 ‘개미’와 ‘배짱이’가 겨울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하루살이’가 내일을 걱정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하루살이’는 이름과 달리 하루 이상을 살기는 한다.)

갑작스레 ‘개미와 배짱’이 우화가 떠오른 건, 내 삶이 마치 그 우화속의 ‘배짱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는 육체노동 보다는 머리 쓰는 일을 좋아한다.
천성적으로 힘쓰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남들이 일러준 대로 정석대로 일을 하기 보다는 일을 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요령을 찾아내기 위한 잔머리를 쓰는 성향이 있다.
세상은 그렇게 잔머리를 쓰고 요령도 쓰는 사람들에 의해서 점점 편한 것을 추구하는 문명으로 변해가면서도 정작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비아냥거리곤 한다.
우화 속 ‘배짱이’처럼 나는 음악 하기를 좋아한다.
음악을 듣기를 좋아하는 것과 하기(연주)를 좋아하는 것은 약간 차이가 있다.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본인이 직접 연주하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음악을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군가가 연주하는 음악을 잠깐 즐기다가 다른 일을 하면 그만이지만, 음악을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훌륭한 연주를 위해 항상 일정시간 이상 연습을 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딴따라’ 라며 놀리거나, 땀 흘려 일하기를 싫어하는 ‘배짱이’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생산적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일명 ‘유흥’을 즐기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은 일로 분류되곤 하기 때문이다.
주목을 받아 연예인이 되거나 훌륭한 실력으로 유명인이 되기 전에는 그것(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것)은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그것으로 돈을 벌지 않다보니 삶을 낭비하는 ‘배짱이’ 같은 짓으로 치부되곤 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나 역시, 여전히 이러한 행위(음악 하는)들이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까 생각하곤 하는데, 여전히 사회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는 평균 1년을 산다. 열심히 일한다는 일개미의 일생이다.
‘배짱이’는 6개월을 산다. 따뜻할 때 살다가 추우면 죽는 생물이다.
추운 겨울, 여름 내내 펑펑 놀던 ‘배짱이’가 ‘개미’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다가 조롱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일 뿐이다.
일개미는 그들에게는 평생의 삶인 1년을 오로지 여왕개미를 모시고 여왕개미가 낳은 알을 보살피며 살다가 죽는다.
자신의 삶이란 거의 없을 것이다. 오직 일하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다.
추운 겨울날, 자신 소유의 따뜻한 오두막에서 그동안 모아들인 곡식을 배부르게 먹으며 느긋하게 겨울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일 뿐이다.
일개미에게 그런 보상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따뜻한 6개월간 신나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일생을 즐긴 배짱이가 겨울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개미 보다 빨리 죽으니 어찌 보면 슬프기도 하지만, 어차피 6개월 정도가 수명이니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잘 즐기며 죽지 않겠는가?
더운 여름날 땀 흘려 일하는 일개미를 보며 ‘인생을 좀 즐기며 살아라!’ 라고 조롱하던 ‘배짱이’에게 일개미가 추운 겨울날에 ‘네가 그렇게 준비하지 않고 놀았으니 이 모양 이 꼴이지’ 라며 조롱할 기회는 없는 것이다.
애석하긴 하지만, ‘배짱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생을 이미 즐길 만큼 즐기고 먼저 저세상으로 간 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냥 인생을 즐기고 싶은 대로 즐기다가 죽으면 그만일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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