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역시, 철이 늦게 들었다.
남들 취업하고, 결혼하고, 2세를 가질 때도 나는 철이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철이 든다는 것은, 나 자신만을 위하고 생각하던 폐쇄된 보호벽을 벗어나는 일이다.
애써 기피하던 세상으로의 도약.
자신밖에 모르던 철부지 시절을 지나서, 가족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친구를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철이 드는 것일까?
사람마다 많은 원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원인은 ‘독립’ 이다.
'독립' 한다는 것은,
원시사회에서 ‘독립’이 의미하는 것은, 태어나고 자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부모님이 가져다주는 먹을거리와 입을 거리를 무료로 제공받으며 안식처에서 편안히 지내기만 하면 되는 존재였다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와서 자기 스스로 먹고 입으며 짝을 찾아 삶을 본인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있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여 힘이 생기고 번식 능력이 생기면 이성을 만나 짝을 이루면서 원래 속해있던 가족 구성원에서 분가하여 새로운 가족을 이루어 이제부터는 자기가 먹을 것을 직접 구하고, 태어난 아이가 독립할 힘을 가질 때까지 돌봐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남자라면 자신과 짝을 이룬 여자를 위해 먹을 것을 사냥해 와야 하고, 입을 것을 궁리해야 하고, 함께 쉬고 잠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어떤가?
원시사회와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원시사회와 달리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아이가 자라서 철이 들고 독립하게 되는 과정과 시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독립 한다’는 것을 현대사회의 논리로 쉽게 따져보자면,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정신적 독립’도 있고, 취업을 하면서 스스로 필요한 돈을 벌게 되면서 경제적인 의미에서 ‘분가’를 하게 되는 것도 ‘독립’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언제 철이 들까?
선례로 볼 때,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어린 나이에 일찍 집안의 경제적 책임을 지게 되거나, 혹은 성년이 되어 취업을 하게 되고, 자취생활을 하게 되고, 자신의 월급을 자신이 직접 운용하게 되면서 정신적·금전적으로 독립을 하게 되면 철이 들기 시작한다.
철이 든다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는 ‘자아’ 에서 벗어나 세상속의 자신을 보게 되는 시점이다.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자신은 사회속의 일원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철이 들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돈’ 이다.
무언가를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산다거나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철이 들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단지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이것은 철이 든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자아를 벗어나지 못한 이기적인 정신 상태일 것이다.
군대에 가서 ‘부모님의 은혜’를 부르다 보면 생기는 마음,
부모님 품안에서 주는 대로 받고 필요한 것을 달라고 요구만 하며 살다가, 자신이 직접 돈을 벌어서 먹을 것을 사야하고, 잠잘 곳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가 오게 되면 철이 들기 시작한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철이 드는 시기’는, 대학을 졸업해서 취업을 하거나 결혼을 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타인 의존적이거나 배타적이거나 욕심이 너무 많거나 자기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배려할 줄 모르거나 융통성이 부족하거나 자존심이나 자부심이 지나치게 강하다거나 하는 등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지나온 시절을 되돌아보면, 꽤나 늦게 철이 들기 시작한 것 같고, 아니 어쩌면 여전히 철이 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나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았나보다.
태그 : 철, 철부지, 자아, 초자아, 독립, id, ego, idea, superego, alaksana, consciousness, unconsciousness, transcendence, nirv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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