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라는 별명이 있는 박경철 씨가 진행하는 모 케이블 채널에서,
최근 양두구육 파문(비빔밥 비하)으로 세간에 오르내린 구로다 가쓰히로 를 불러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보려 했지만, 한국에 30년이나 있었다면서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그 답답함 때문에 결국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그래, 구로다는 철저히 일본인의 시각에서 발언을 하는 보수언론의 대표자이긴 하지만,
도무지 그 융통성 없는 발언 스타일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한국인이 한국을 욕하는 일은 흔하다.
한국인 스스로도 정치,경제,교육,문화 등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어떨때는 사대주의적 입장에서 비하하기도 하고,
어떤때는 이유도 없이 싫기도 하고, 떠나버리고 싶기도 하다며 욕을 한다.
또한, 외국인들(주로 일본인들-보수성향) 역시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종종 해왔다.
하지만, 유독 일본인들이 하는(또는 그외 외국인들) 한국 비하 발언에 발끈하는 한국인들.
왜일까? 생각해 보았다.
깔끔하게 정리해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이 두가지 입장(한국인과 외국인)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인들의 성품이 어떤가?
평소에는 그렇게 한국을 까대다가도, 막상 한국이 위기에 처한다던가, 힘을 모아야 한다던가 하면 정치인들은 꼴뵈기 싫어도, 서민들끼리는 뭉쳐서 나라를 지켜내려고 하지 않는가.
일제 치하에서, 친일파들이 나라를 팔아먹을 때도, 서민들은 의병을 일으켰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인이 한국을 욕하는 것은, 비록 욕을 하긴 하지만 그 내면에는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인들 중에서도 한국을 근본적으로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다.)
즉, 어떤 사람이(한국 사람) 한국을 욕하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래도 그 내면에는 한국을 사랑하기에.. 라는 감정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을 욕하면?
이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한국인들은, 특성상, 외국인이 한국을 욕하는 것을 매우 불쾌해하고, 그러한 감정(불쾌해 하는)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이는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것이 아니다. 외국인들 역시 자신의 나라를 비방하는 것을 싫어한다.) 융통성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우회적으로 충고를 하는 정도이지, 대범하게 앞에서 욕을 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경우에는, TV에서 조차 일본에 대해 대놓고 욕을 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일본인들이 스스로 일본을 욕하는데 정도에만 국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이 욕을 한다는 것은, 그 근본에 그 나라를 사랑하는 감정이 없다는 전제(외국인이면서도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가 깔려있기 때문에, 욕하는 것을 우리나라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실, 나쁜것을 말하지 않고, 욕을 못하게 하면 발전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나라에 대한 예의와 격식도 갖추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욕을 하는 것은 쉽게 용납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즉, '방법론' 의 차이가 있다. 같은 말을 해도 기분 나쁘게 하느냐,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느냐.
그런면에서는, '미수다' 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대부분 우호적 발언을 하거나, 혹은 나쁜말을 할때도 우회적으로 하는 편이다.
몇번, 한국에 대해 나쁜말을 했다가 인터넷 테러를 당하는 등의 수모를 겪으면서 학습이 된 효과도 있긴 하지만,
그들은 한국에서 살면서,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하는지 빨리 배운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각종 방송에 출연했던 미즈노 슌페이 교수가,
겉으로는 한국을 좋아하는 척 하며 CF도 찍고 방송에도 자주 나오더니만, 알고보니 일본 극우 성향의 사람이었다는게 밝혀지면서 일본으로 쫒겨간 것처럼,
http://cafe.naver.com/remonterrac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2671071
겉으로만 한국을 좋아하는척, 이해하는척 하는것도 매우 위험하다.
이런일을 한두번 겪다보면, 한국 사람은 더더욱, 외국인들이 한국을 비하하는 것을 참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굳이 단어로 표현하자면, 애증과 혐오의 차이 정도로 봐야겠다.
애증이라면, 그 바탕에 사랑의 감정이 깔려 있으면서 겉으로는 싫어하는 감정이 드러나는 것이지만, 혐오는 말 그대로 싫어하는 것일 뿐이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랬다. 하지만, 한국을 혐오하면서도 한국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곱게 보일리 없다.
일부 중국인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시각이 또한 그러하다.
화교의 경우에야, 한국에서 정착한 중국인들이기에 그들을 이해하기가 쉽지만,
불법체류를 감행하면서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이나 조선족 등은 단지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국(?)으로 돌아가 졸부가 되고 싶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일 뿐이다.
무늬만 한국사람인 조선족들이, 한국말을 할 줄 알고, 한국인들과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 이유로 곳곳에 퍼져 있다.
실상 그들은 자신들이 중국인이라 생각하며, 돈을 벌어 중국에 고향에 집을 사고 점포를 열고 싶어하는 심리를 안다면, 쉽게 이해하긴 어려운 일이다.
최근엔, 베트남 여성들의 위장결혼이 늘어나면서, 단지 코리안 드림으로 어떻게든 한국에 들어와 취업을 하려는 베트남 사람들의 행태 또한 쉽게 용서가 안되는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두구육 발언(이전에도 수많은 망언들이 많았던) 구로다 가쓰히로의 존재는 상당히 불쾌하다.
그는 분명, '애증' 이라기 보다는 '혐오' 에 가까운 입장을 가진 사람이며,
30년 동안 한국에 체류하면서, 한국의 이런저런 것들을 좋아한다고 서두를 밝히고는 있지만, 위안부 문제나, 일제강점기, 독도 문제등에서는 첨예하게 일본 극우 성향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나 내면적으로도 한국을 이해하려 한다거나, 발언에 있어 융통성을 발휘한다거나 하는 것이 없는 철저한 극우 인사일 뿐이다.
비판의 여지는 열어두어야 하지만, 비판하는 쪽에서 이해나 융통성, 배려가 없는 자세를 보인다면,
그를 감싸줄 이유도 없고, 감싸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
- 2010/02/21 14:16
- fendee.egloos.com/10418661
- 덧글수 : 4
덧글
다만 이 부분같은 경우 어찌보면 국제화 시대로 나아가는 현재에도 한국 국민은 꽤 폐쇄성을 가지고 외국인과 내국인을 가르고 있다라는 면도 나타낼 수 있을 것 같네요.
다시 다른 예를 들어 한국인이 한국을 욕하는 일도 있지만, 한국인이 외국(미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을 욕하는 일 자체도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한국을 욕했으니 쫒겨나도 된다와 같은 논리도약은 좀 좋지 않은 것 같아요.(이정도는 아니지만 민족주의적 사고는 이런 방향으로 많이 갈 때가 있더라고요.) 이런 것보다는 그들을 감싸준다느니, 감싸줄 필요가 없다느니 하는 그런 부분 이전에 다른인종 대 한민족이 아닌, 타국인대 자국인이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써 대화할 자세를 가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일 것 같아요.
우선은, 우리가 타국인에 대해 무례해서도 안되겠지만, 외국인들이 우리에 대해 무례하게 구는것도 따끔히 충고를 해야겠죠?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비판성향만 자아비판 할게 아니라, 외국인들의 무례함도 꼬집고 넘어가야할 부분입니다.(일전에, 부산 횟집의 어항에 몸을 담그고 욕설을 했다는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우리 스스로도 타 문화에 대해 무례해서는 안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융통성 있게 받아들여야 하며, 외국인들 역시 막연한 우월감에 빠져서 우리를 얕잡아 본다면 따끔히 충고하는 센스도 필요합니다.
링크 신고드리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