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바타 (Avatar, 2009) Movie_Review


연일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기에 뭐 얼마나 대단한가 반신반의 했다.
상영시간이 ‘2시간 42분’이나 되어 상당히 길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명작, 웰메이드 영화임에 분명하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이슈를 던져주는 문제작이다.
판타지 영화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와 완벽한 CG, 짜임새 있는 스토리 등등 나무랄 것이 거의 없다.
또한, 이 영화는 수많은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분명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 같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미국의 1970년대 대표 걸작 ‘스타워즈’가 생각났다.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겉보기에는 전혀 느낌이 달라 보이지만, 영화 자체가 추구하는 세계관이 비슷하고, 기존 현대 사회의 병폐를 영화 속에 풍자하는 방식이 비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제작되어서 불멸의 히트를 기록한 ‘스타워즈’ 시리즈.
SF 영화의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스타워즈’ 는, 표면적으로는 미래세계에 여러 행성과 외계인들을 묘사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는 전혀 동떨어진 세계를 그려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분석을 해보면 완전히 낯선 새로운 세계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그대로를 풍자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스타워즈’의 가장 큰 상징이자 특징 중 하나인 ‘제다이 기사’는 일본의 ‘사무라이’를 거의 비슷하게 모사하고 있다.
당시 서양인들은 동양 문화에 상당히 무지했고,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의 ‘사무라이’ 혹은 ‘닌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제다이’라는 형태의 이미지로 차용되어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제다이가 사용하는 광선 검, 화려한 공중제비, 눈을 가리고 정확히 칼을 다루는 기술, 염력이나 인간 조정술 등 불가사의한 능력 등의 상당 부분은 ‘사무라이’나 ‘닌자’의 신비로운 기술들에서 착안하여 묘사했을 수 있다.
중국의 쿵푸와 동양문화권의 ‘기’(氣; 제다이 기사들이 말하는 ‘포스’)와 도교 문화의 정신합일, 우주와 인간의 기의 합일 등의 동양적 사상이 다분히 녹아들어 있다.
굳이 일본의 ‘사무라이’를 언급한 이유는, 스타워즈의 가장 인상적인 악당 ‘다스 베이더’가 쓴 헬멧의 디자인이 ‘사무라이’의 ‘투구’와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의 세계에서는 우주 곳곳의 행성들에 다양한 외계인들이 살고 있고, 이들이 정치적으로 적대시하거나 뭉치는 등의 싸움이 일어난다.
이렇게 각 행성들 간에 정치적 혹은 실질적으로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당시 미국과 소련 및 독일과 일본 등의 군사 강대국들이 분쟁을 벌이고 갈등하던 시대상을 거의 비슷하게 풍자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정치 풍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여러 문화 콘텐츠에서 많이 차용되고 있다.
우주에서 싸움을 벌인다고 해서 전혀 현실과 다른 세계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미래의 우주라는 배경에서 그려낸 것일 뿐이다.

다시 ‘아바타’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바타’는 전혀 현실과 다른 미래세계를 그리고 있을까?
‘나비족’ 캐릭터와 ‘나비족’이 사는 행성의 자연 등이 상당히 독특해서 매우 판타지 한 느낌을 주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인간적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비족’의 차림새를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 낯익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나비족’은 인간과 달리 자연과 하나 되어 소통한다.
자연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의 세계관과 상당히 비슷하다.
서부개척시대.
유럽에서 이주한 초창기 미국 이민자들은 토착민이었던 인디언을 학살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았다.
그들의 땅에서 나는 황금, 석유를 갈취하기 위해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인디언들을 쫓아내어 그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고향을 떠나게 만들었다.
솔직히 인디언 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늑대와 춤을’ 같은 몇몇 영화에서 보여준 인디언들의 모습은 이렇다.
‘나비족’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동물을 사냥하면서 ‘미안하다’ 라고 말하거나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자연을 파괴하기 보다는 자신들 역시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굳이 따지자면, 아메리카 인디언 뿐만아니라 각 대륙에 살았던 토착 원주민들은 대체로 이렇게 자연을 숭배하는 ‘토템신앙’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을 두려워하거나 숭배하고, 파괴하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성향이 강했다.
‘나비족’이라는 종족의 이미지의 근간은 분명 ‘인디언’일 가능성이 있다.
인디언뿐만 아니라, 여전히 아마존 밀림 속에서 구석기 시대의 방식으로 수렵하며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사고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콕 집어 ‘인디언’을 형상화 했다고 보기도 힘들지만, 길게 땋은 머리를 보면,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원주민 보다는 ‘인디언’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영화 ‘아바타’에 녹아 들어있는 다른 이미지들을 찾아보자.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영화가 있는데, 1997년 개봉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히메, The Princess Mononoke, Mononoke Hime, 1997, 개봉 2003)’다.
신령한 생물들과 살아있는 나무,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신기한 생명체들, 생명체들 간의 교감 등 많은 이미지들이 원령공주의 그것과 무척 많이 닮아 있다.
자연과 인간의 동화(일체화)라든지,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과 힘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원령공주’에서 묘사했던 것들과 매우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아바타’ 개봉이후 (미국)사람들이 포토샵으로 자신의 얼굴 사진을 ‘나비족’ 처럼 분장시키는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본 이후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기는 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융화되어 살아가는 ‘나비족’ 의 순수함이 좋아 보여서, 자신도 ‘나비족’ 처럼 되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 본성은 점차 자본주의에 빠져 썩어가고 있다.
실제로 할 수는 없겠지만, 분장 만으로라도 ‘나비족’처럼 꾸며서 다른 세상의 일원이 되고 싶은 욕구가 생길만 하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그의 쌍둥이 형제가 죽자 그와 유전자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판도라’ 행성에서 자원을 채굴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인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아바타 프로그램’은 인간 유전자와 나비족 유전자를 합성하여 만들어낸 나비족의 외형을 한 새로운 생명체를 정신적으로 싱크나이즈 하여 조종하는 것이다.
장치를 통해 인간의 의식을 그 생명체에 원격으로 접속하여 조정할 수 있게 만든 것인데, ‘아바타’라는 말은 ‘게임’ 등에서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고 자주 접하는 말이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다.
‘아바타’는 현실세계의 인간 자아를 상징하는 대체물로써, 인터넷상의 ‘자아’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꼭두각시’ 같은 것이다.
‘제이크’는 전직 해병대 출신으로 전투 중 다리를 다쳐 불구가 되었는데, ‘아바타’에 접속하자 다리가 멀쩡하게 움직이고 게다가 인간보다 키도 크고 강한 육체를 가지게 되어 기쁘고 신기하다.
‘나비족’은 인간보다 1.5배 정도 더 크다.
불구가 되어 걷지 못하게 되었다가 아바타를 이용해 걸을 수 있게 된 기쁨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원래 호기심이 많고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일까.
아무튼, ‘제이크(아바타)’는 처음 나간 행성 조사 현장에서 판도라 행성의 신비한 자연에 소년처럼 즐거워하다가 괴 생명체에 쫓기게 되고, ‘그레이스 박사(시고니 위버)’ 일행과 떨어지게 된다.
낮부터 ‘제이크’(아바타)를 감시하던 나비족 족장의 딸 ‘네이티리’.
처음엔 ‘제이크’(아바타)를 죽이려 하지만, 신성한 나무의 씨앗이 날아들자 어떤 신비한 계시라는 생각이 하게 되고, 밤이 되어 위험에 처한 제이크(아바타)를 구해주게 된다.

나비족은 이미 인간들이 나비족 형상을 한 아바타를 만들어 자기들의 세계에 찾아 온 것을 알고 있다.
그레이스 박사 일행이 인간과 나비족의 교류를 위해 이미 접촉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비족 언어를 쓰지 못하는 아바타의 등장을 금세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인간들이 나비족에게 몰래 접근한 것이 아니라, 나비족과 소통하기 위해 그들의 형상을 흉내 낸 ‘아바타’를 조정하여 인간들이 찾아 온 것을 나비족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다른 수많은 SF 영화들이 떠올랐다.
외계인들의 방문 또는 침략을 다룬 SF 영화에서는, 원래는 오징어 형태의 외형이지만 인간의 형상을 흉내 낸 외계인들이 지구인과 접촉을 한다거나 대화를 한다거나 인간과 섹스를 해서 변종을 낳는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 그려졌었다.
인간이 나비족과 소통하기 위해 나비족의 외모를 한 아바타를 만들고, 나비족의 형상을 한 상태에서 나비족과 대화를 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기존에 있었던 영화들의 관점을 뒤바꾼 것이다.
나비족에게 있어 인간이 ‘외계인’이 된 셈이다.

이 영화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설정 중에 다른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것은 나비족의 긴 머리끝에 달린 촉수를 이용하는 장면이다.
이 촉수는 나비족의 뇌와 연결되어 있어서 마치 콘센트에 전원 플러그를 연결하듯 몸 밖의 외부세계(즉, 자연)와 연결하여 소통할 수 있는 독특한 생체기관이다.
나비족은 이 촉수를 말처럼 생긴 생물체의 촉수(?)와 연결하여 조정(지배)할 수 있고, 익룡처럼 생긴 날아다니는 생명체와도 연결하여 조정할 수 있다.
이 영화만의 독특한 아이템인 듯하지만, 이 역시 이미 기존 SF 영화들에서 많이 사용되던 아이템의 변형일 뿐이다.
인간의 목 뒤에 전선 같은 것을 연결하여 컴퓨터 시스템 내부로 들어가거나 혹은 인조로봇과 정신감응을 하여 조종하는 등의 형태로, 이전에도 SF영화들에서 제법 많이 묘사했던 방식이 있다.
그래도 나비족이 머리끝에 달린 촉수를 이용한다는 설정은 제법 신선하다.

인간의 의식을 주입하여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움직인다는 설정은 2001년 영화 ‘아바론’ 이나, ‘공각기동대’, ‘매트릭스’의 그것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나비족의 세상이 가상세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가상세계로 들어가는 그것과 비교해 보면 제법 비슷한 면이 있다.
(의식을 주입해 분신을 움직인다는 설정은, 한국의 만화영화 ‘태권V’ 에서도 등장한다. 그 외 일본의 많은 영화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자주 그리고 많이 등장했다.)

‘매트릭스(1999)’는 개봉당시 스토리가 짜임새 있고, 상당히 독특한 세계관 위에 새롭게 시도된 다양한 특수효과로 인해 대단한 이슈를 만들었으며, 전 세계에 엄청난 팬을 만들었다.
‘매트릭스’ 역시 대단히 새롭고 신선해 보이긴 하지만, 막상 분석을 해보면 기존에 있었던 영화와 만화 등에서 이미 자주 등장했던 여러 아이템들이 조합된 영화일 뿐이다.
차이점이라면, 컴퓨터 지식을 기초로 한 스토리텔링이 가장 신선하고 돋보였다는 점이라 할수 있다.
‘아바타’ 역시 완전히 새로운 영역과 새로운 캐릭터 및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매트릭스’가 그랬던 것처럼 일부 설정과 묘사에 있어서는 기존에 있었던 것들을 한 차원 뛰어넘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다.
기존 영화와 애니메이션 작품들 속에 있던 아이템들의 조합이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트릭스’에 버금가는 신선함을 주었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 같고 스토리도 흥미진진하지만, (‘스타워즈’가 그랬던 것처럼) 계속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인간세상의 모사( 模寫, copy)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타워즈’의 ‘알투디투(R2D2)’나 ‘쓰리피오(3PO)’ 가 전혀 인간이 아니면서도 인간적인 유머를 구사하듯이, 나비족의 생각이나 행동들, 말을 닮은 동물, 개를 닮은 동물('제이크'를 공격했던), 익룡을 닮은 동물들, 초식공룡을 닮은 동물들이 등장하는걸 보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레이스 박사 일행은 나비족을 연구하기 위해,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육지로 향한다.
하늘에 거대한 땅덩어리가 붕 떠있다는 설정은, 중국영화 ‘촉산전’ 에서도 볼 수 있다.

‘나비족’ CG 는 ‘모션픽처’를 이용해 실제 사람처럼 움직이게 구현했고,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판도라 행성의 생물체들의 모습 등 뛰어난 CG기술로 구현해 낸 신비로운 장면들이 볼만하다.

PS.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관 중 하나인 ‘소통’에 대한 이야기들.
2MB 의 불 소통에 직면한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것은 나 만일까?
우리나라에서 이미 역대 외화 흥행기록을 돌파했고, 중국에서도 흥행돌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공자-춘추전국시대’ 개봉에 맞춰 오히려 아바타의 개봉관을 줄이고 있다.
자국의 영화를 보호한다는 측면도 있고, 아바타에서 인간들이 나비족의 삶의 터전을 불도저로 밀어내는 이야기가 중국에서 정부 주도 재개발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밀어내는 불만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 증시에서는, 중국에서 3D 영화를 감상하던 고혈압이 있던 한 관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3D 관련 테마가 -7%~-8% 급락하는 일도 있었다.

덧글

  • lll 2010/05/15 23:13 # 삭제 답글

    ㅋㅋ 근데 왜 줄거리 얘기하시다가 딴얘기로...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8401184
8164
10251357

google_myblogSearch_side

▷검색어

Flag Counter styl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