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The Road, 2009) - 감상평 Movie_Review


명작이다.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외에 달리 볼 것은 없지만, 그다지 지루하진 않다.
다만, 계속 보고 있노라면 단순하고 느릿한 진행에 짜증이 살살 밀려온다.

(스포일러)
지구에 재앙이 닥친 어느날.
영화는 어떻게 재앙이 일어났고,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아무 설명도 없다.
그냥 어느날.
마치 영화 '2012' 에서 대지진과 쓰나미가 지구를 휩쓸고 지나듯이, 영화속 배경인 지구의 어느곳에는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 비춰진다.
다른 점이라면, 영화 '2012' 에서는 엄청난 쓰나미로(높이 2km)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물속에 한번 잠기기 때문에 이 영화(더 로드)에서처럼 폐허가 된 집에 살아남아 있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남자(비고 모텐슨)와 여자(샤를리즈 테론)가 다투는 모습과 남자와 아이(코디 스밋-맥피)가 정처없이 남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남자와 여자가 싸우는 장면은 과거의 회상이다.
지구에 재앙이 닥치고, 여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한다.
매달리는 남자를 뿌리치고, 여자는 아이와 남자를 남겨둔체 얇은 옷만 걸친채 폐허의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남자는 안다. 그녀는 그렇게 어둠속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여자가 남긴 말, 남쪽으로 가면 여기보다 따뜻할테니 남쪽으로 떠나라고.
남자는 유언이 되어버린 그녀의 말대로, 아이와 함께 무작정 남쪽으로 걷는다.

수시로 발생하는 지진과 화재로 지구상의 모든 식물이 불타버리고 먹을것이 없다.
일부 사람들은 굶주림에 식인(食人)을 한다.

남쪽으로 향하는 길, 잠시라도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 식인을 하는 '나쁜 사람들' 이 그들의 생명을 위협할지 모른다.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고,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른바 '나쁜 사람들' 을 만나면 생사를 두고 싸워야 한다.
남자는 아이에게 한발 남은 권총을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말라고 당부한다.
자신들과 같은 사람은 '착한 사람들' 이고, 식인을 하는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 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외형만으로, 짧은 만남만으로 과연 누가 '착한'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

아들을 지키기 위해 식인을 하는 갱 한명을 살해하는 남자.
아이는 무섭고 혼란스럽다, 과연 어떤 것이 착하고 나쁜 것인지.
어찌되었건 남자와 아이는 그들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나쁜 사람이라 칭하고,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

재수좋게 식량 저장고를 발견하는 남자와 아이.
아이는 엄마가 가라고 한 '남쪽(미지의 천국)' 보다도, 현재 자신들의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지하벙커의 식량 저장고가 마냥 천국이다.
문득, 개 짖는 소리를 듣는 남자.
이제 이곳도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떠나려 하지만, 아이는 천국과 같은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야만 한다. 여자가 일러준 남쪽으로.

사실, 남쪽으로 간다고 해도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분명, 그곳 어딘가로 간다고 해도, 폐허 외에는 아무것도 없을지 모르지만, 남자는 아내와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들의 삶의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남쪽'이라는 이상향을 향해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 것이다.

오랜 굶주림과 피곤함에 말라가는 남자와 아이.
남자의 폐병(?)이 점점 심해지고, 길을 지날때 어떤 '사람' 이 쏜 화살에 큰 상처를 입고 만다.
결국, 남쪽으로 향하는 방향을 잡기 좋은 바다에 다다른다.
지도속의 바다처럼 파란 바다이기를 바랏지만, 바다 역시 검고 탁하게 오염되어 있다.
실망하는 아이에게, 남자는 계속 남쪽으로 가야 한다고 채근한다.

남자가 난파된 배에 다녀온 사이, 낯선 남자가 아파 잠든 아이 몰래 그들의 식량을 모두 훔쳐가고,
남자는 그 남자를 쫒아가 입은것과 신은것 마저 모두 빼앗는다.
아이는 혼란스럽다.
그 남자가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도 모른체, 그렇게 남자의 가진것을 모두 빼앗아 버린것이 마음에 걸리고,
남자를 설득해 그 남자의 옷가지와 통조림 한 통을 놓고 다시 길을 떠난다.

화살에 맞은 상처가 심해진 남자는 이제 더이상 길을 떠날 수 없게 되고, 결국 해변가에서 최후를 맞는다.
그때 나타난 낯선 남자.
남자는 아이에게 함께 가겠느냐며 손을 내민다.
아빠를 잃은 아이는, 아빠의 말처럼 순수한 천사의 마음씨를 가졌지만,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을 구별해주던 아빠가 없는 상황에서 그 낯선 남자를 믿어야 할지 말지 정할 수 없다.
남자에게 묻는다. 마음속에 불씨가 있느냐고.
그 남자는, 이해할 순 없지만, 어쨌든 자신도 마음속에 불씨가 있다고 대답해준다.

마음속의 불씨란 무엇일까?
어쩌면 선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희망의 불씨' 같은것이 아닐까?

그 남자의 가족. 아내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아이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아빠의 시신과 작별을 고하고, 새롭게 만난 착한 사람들과 또다시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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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어떤 명확한 주제를 찾는다거나 스토리를 정의하기는 힘들다.
막연히, 지구에 재앙이 닥치고 폐허가 된 어느날, 끈질긴 인간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남자와 아이의 모습을 통해, '인간성' 과 '희망' 에 대한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풀어낸듯 하다.
비고 모텐슨의 멋진 연기와 암울한 분위기.
어떤 주제의식을 관객에게 강제로 삽입하려고 하지 않고, 관조적으로 서술되는 조용한 스토리.
명확하게 결론지을 수 없는 내면의 어떤 감정을 끄집어 내는 명작스러움이 있긴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스릴을 바라는 관객에게는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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