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왓치맨 (Watchmen, 2009) Movie_Review


(스포일러, 줄거리 포함)
참 난감한 영화다.
의미심장하고, 그 주제가 직접적으로 와 닿기 보다는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한다.
기존의 영웅 이야기와는 다르다.
마치 영웅 시리즈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듯, 이 영화는 사람들과 영웅의 관계에 대해서 심도 깊게 서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SF영화를 매우 좋아 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감상했다.
그런데, 좀 길다.
상영시간 161분. 3시간에 육박하는 긴 상영시간을 버티기 힘들기는 하지만, 극중 서술자 역할을 하는 ‘로어셰크’의 일기 같은 내레이션을 따라 파헤쳐지는 음모에 관해 집중하다 보면 나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SF 라 하면 애들이나 보는 영화쯤으로 여기기 쉽지만, SF 에 관심이 많은 미국에서는 이 영화처럼 성인전용(?)이면서 심각한 주제들을 다루는 SF 영화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본의 SF애니메이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유독 일본의 콘텐츠들은 미성년인 소년이나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영웅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파헤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갈등하는 존재이다.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그들은 법으로는 응징되지 않는 악의 무리들을 주먹으로 해결하기 위해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웅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는 법.
악당들을 주먹으로 해결하던 시절이 지나가고, (영화 내용상) 베트남전에 이용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살해되기도 한다.
또한, 애정관계에 얽혀 서로 싸우기도 한다.
정부는 가면을 쓰고 승인 없이 영웅행동을 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
이후, 몇 명은 자신이 영웅(행위를 했노라고)이었다고 공개했으며, 일부 영웅들은 신분을 감추고 조용히 살아간다.
그중 물리학자였던 ‘존 오스터만’ 박사는 사고로 ‘닥터 맨허튼’이라 불리는 존재가 된다.
‘닥터 맨허튼’은 기존의 다른 영웅들과는 차원이 다른 슈퍼 영웅이다.
그는 일종의 전기로 이루어진 생명체이며,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고, 공간이동을 하거나 물질을 조합 및 분해하는 염력 등을 가지고 있어 진정한 영웅적 존재라 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신처럼 숭배되기도 한다.
그러나 거의 '신(神)' 과 같은 존재가 되다보니, 인간적 감정조차 초월하게 된다.
그렇다. 닥터 맨허튼은 '신(神') 이라 말할 수 있다.

사실, 영웅 시리즈의 시작점에 가깝고 사람들에게 '히어로' 에 대한 꿈을 안겨준 캐릭터는 바로 '슈퍼맨' 이다.
슈퍼맨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이자 영웅 캐릭터의 원조 격이긴 하지만, 그 뒤에 감춰진 많은 것들이 있다.
그것은, 슈퍼맨의 팬티가 얼마나 강한지와 같은 원초적인 질문에서부터 디테일한 많은 것들이 있겠는데, 그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소홀(?)한 게 사실이다.
슈퍼맨의 그런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는 슈퍼맨 시리즈가 계속 만들어지면서 다뤄지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슈퍼맨이 타이즈를 입기 전까지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왜 굳이 타이즈를 입는가에 대한 이유 등등 캐릭터를 합리화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당시에는 일반인과는 다른 상징성 때문에 특별한 코스프레 복장을 입은 영웅 캐릭터들이 등장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런 유니폼들이 촌스럽게 여겨지고 있다.
헐리웃에서 콘텐츠가 바닥이 나자 예전에 흥행했던 캐릭터나 이야기들을 다시 재탕하여 콘텐츠를 만들면서 현대적 감각과는 이질감이 있는 캐릭터들을 억지로 합리화 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로보캅,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등.
몇몇 캐릭터 영화에서는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 다루고는 있지만, 영웅의 내면은 항상 '선(善)' 하게 그려진다.
반면, 이 영화는 영웅 가면 뒤에 감춰진 인간의 은밀하고 어두운 면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 나름 의미심장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슈퍼맨의 클라크가 일종의 '신' 과 같은 존재로(영화 속 대사에서 비슷한 의미로 언급됨, 아버지 외계인과의 대화에서) 여겨지며, 실제로도 인간으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슈퍼맨보다도 더 가공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들이 상상하는 진정한 '신' 적인 존재는 바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닥터 맨허튼’이 아닐까 싶다.

1세대 영웅들이 살해되거나 체포되며 영웅 이야기가 역사 속으로 묻혀갈 무렵,
여전히 영웅이 필요하다며 당국의 감시를 피해 뒷골목을 배회하는 ‘로어셰크’는 최근 일어난 1세대 영웅 ‘코미디언’의 죽음을 조사한다.
누군가 영웅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심증을 굳혀가는 로어셰크.
그 시점에서 소련과의 핵무기 경쟁을 벌이던 미국은 핵전쟁을 억제하는 도구로써 닥터 맨허튼을 이용한다.
모두들 닥터 맨허튼이 있기에 소련이 핵무기를 쏘지 못한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는 시점에서, 핵전쟁을 향한 긴장감은 고조되어 가고, 그런 사람들 간의 갈등은 현재의 재래식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석유, 석탄, 가스, 물 등)를 서로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닥터 맨허튼’과 또 다른 영웅인 ‘오지맨디아스’는 영원무궁한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그 연구가 거의 완성될 무렵, 어떤 간섭에 의해 ‘닥터 맨허튼’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차단되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거기다가 여자 친구인 ‘실크스펙터2’(여자 영웅)와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방송국에 가기 전에 심하게 싸우게 되고, 결국 헤어지기로 한다.
핵전쟁 위협에 대한 인터뷰를 위해 방송국을 찾은 닥터 맨허튼은 인터뷰 도중 들이닥친 과거의 연인 ‘제니’(과거에 동료였던 물리학자)등 몇몇 친구들이 자신 때문에 암에 걸렸을 거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에 대해 질문을 퍼붓는 기자들로 둘러 쌓인 닥터 맨허튼은 폭주하여 방송국을 폭파시켜 버리고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가게 된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되면서 굳이 인간사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지만, 자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끈인 ‘실크스펙터2’와 헤어지게 되면서 인간들이 핵전쟁으로 죽든 말든 관심이 없어진다.
생방송으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닥터 맨허튼이 방송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고 떠나버리자, 그동안 소련과의 핵전쟁을 막아주던 상징적 존재가 없어진 셈이 되어버리고, 닉슨 대통령(미국)은 소련이 핵미사일을 쏘기 전에 먼저 쏘려는 결단을 내리려 한다.
그 무렵, 로어셰크는 함정에 빠져서 감옥에 가게 되지만, 그동안 영웅놀이를 접고 평범한 삶을 살았던 ‘나이트아울2’와 ‘실크스펙터2’가 그를 감옥에서 구해내고, 마지막 용의자인 ‘오지맨디아스’를 찾아 남극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맞닥뜨리는 영웅들.
영웅들을 살해하고, 닥터 맨허튼의 예지 능력을 방해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 지구를 떠나게 만들었던 것이 오지맨디아스의 철저한 계획이었음이 밝혀지고, 영웅들 간의 마지막 결전이 벌어진다.
그러나 나이트아울2와 로어셰크는 오지맨디아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또한, 이미 수 십분 전에 LA에 강력한 무기가 발사된 상태.
그것은, 닥터 맨허튼의 파장과 같은 무기로 마치 핵무기 같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무기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도시는 폐허가 된 상태.

닥터 맨허튼과 만난 실크스펙터2는 대화 속에서 닥터 맨허튼이 핵전쟁을 왜 막아야 하는지, 지구를 왜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는다.
그것은 바로 생명의 경외로움이다.
실크스펙터(1세대)가 자신을 강간하려던 코미디언을 미워했지만, 결국 나중에 정을 통했고, 그 결과로 실크스펙터2가 태어난 것.
미움과 사랑, 애증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져 실크스펙터2 라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자신과 만나게 되었고, 한때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수많은 분자구조와 복잡한 우연성 속에서 만들어진 현재의 결과라는 점에서, 모든 것을 운명으로 여기고 받아들이던 닥터 맨허튼에게 인간을 사랑할만한 정신적 전환점을 준 셈이다.
지구로 돌아온 닥터 맨허튼과 실크스펙터2.
오지맨디아스는 분자를 분해하는 무기로 닥터 맨허튼을 공격하지만, 이미 자신을 재조합한 경험이 있던 닥터 맨허튼은 간단하게 오지맨디아스를 제압한다.
그 순간 오지맨디아스는 TV를 켠다.

도시를 공격한 것이, 얼마 전 TV인터뷰 도중 폭주한 닥터 맨허튼의 소행이라고 생각한 미국 정부는 소련과 협상하여 닥터 맨허튼을 공공의 적으로 선언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동안 핵 억지력의 명분으로 이용되던 닥터 맨허튼을 인류 공동의 적으로 내세움으로써 인류는 화합하고 평화를 갖게 된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오지맨디아스가 계획한 일이 바로 인간들의 평화를 위해 닥터 맨허튼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고, 인간들의 평화를 위해 이번 일은 오지맨디아스의 계획대로 닥터 맨허튼의 소행인 것처럼 묻어두자는 의견에 암묵적으로 동의할 무렵, 로어셰크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고집을 세운다.
결국,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로어셰크는 닥터 맨허튼에 의해 처치된다.

이제 사람들에게 영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영웅' 이 가진 이중성.
'악(惡)' 을 제어하기 위해 영웅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영웅이 악을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고양이가 있는 곳에 오히려 쥐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래저래 풀어서 이야기 해보려 했지만, 이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는 쉽게 결론짓기가 어렵다.
그만큼 난해한 주제이며, 단지 오락거리로써 다뤄지기는 어렵고 무거운 주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오락물로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너무 진지하고 난해해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는 이 영화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영웅을 필요로 하지만, 어떤 이들은 영웅을 불편해 할 것이다.
그만큼 사람간의 관계는 딱히 구분선을 그어서 선과 악으로 단정 짓기 힘든 부분이 많다.
또한, 사람은 변덕이 심하고 자신의 이익과 연관되면 수시로 입장을 바꾸기 때문에, 어떤 절대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도 힘들고 단죄하기도 힘들다.
그런 점에서, 영웅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해지기 시작하고 영웅 이라는 존재와 영웅의 역할에 대해 이견이 많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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